지리산

봉산골~달궁능선(좌측지능선)

오시리스. 2012. 7. 30. 14:29

 

2012. 7. 28. 토요일

 

쟁기소~봉산골~좌/우골 합수부~1313봉~달궁능선~914봉~좌측지능선~달궁마을

 

 

 

 

 

 

한여름...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지리산 계곡에 들어서면 등골이 서늘해 지고

물 속으로 들어가면 물이 너무 차가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여름 피서지로 지리산 계곡만한 곳도 없으리라.

 

봉산골(일명 얼음골)에 앉아 시원한 골바람을 맞으며

막걸리와 맥주로 목을 축이고, 열무비빔밥으로 배를 채우니

산행에 대한 욕심은 그만 잦아들고,

그냥,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앉아 있고 싶어진다.

 

그래도 때가되면 내려가야 하는 것이니, 되돌아 가는 것 보다

능선으로 올라서서 내려가는 것이 더 나을 듯하여

일단, 봉산좌/우골 갈림길에서 좌측 투구봉아래 1313봉으로 오르는데

곡차가 과한 탓인지 사면길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땀을 두어 번 쏟고 나니 정신이 좀 드는 듯 하다.    

 

드디어 달궁능선에 올라섰다.

달궁능선은 겨울에 한번 올라온 적이 있는데,

산길이 평이했던 기억이 있어 이제부터의 하산은 그리 힘들지

않으리라 예상하며 길을 잡아 내려간다.

 

날이 어두워져 랜튼을 켜고 내려서는데, 

산길이 이상하게 느껴져 지도를 보니 914봉에서 우측능선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좌측능선으로 내려서고 있는 것이다.

 

다시 되돌아 갈까 하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등고선상으로 능선이 뚜렷히 표시되어 있어

그냥 내려서기로 한다.

 

길은 나 있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날등을 이어가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순간 방심한 탓에 그만, 작은 벼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떨어진 곳에 낙옆이 쌓여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하마트면 큰 사고로 이어질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산우들의 도움으로 안경과 랜튼 등 흩어진 장비를 챙기고

가까스로 달궁마을에 도착하니 8시 50분경이다.

 

 

이번 산행에서의 작은 사고(?)는

나에게 몇가지를 일깨워 주었다.

 

산행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라는 사실이다.

사실 난 아직까지 산행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거의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위험하다고 피상적으로 생각했을 뿐,

그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산행에 대한 준비도 소홀하고, 

운행중 술도 과하게 마시며 자만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사력을 다해 사냥감에 집중한다고 한다. 

 

산행에서는 운행 중에 있을 어떠한 위험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체험한 날이다.  

 

더불어 절주가 필요할 듯 하다.

"한 잔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꽃꺽어 산노코 무진무진 먹새그려" 

이제 송강의 장진주사를 그만 불러야겠다.

 

운행중 술은 딱 세 잔만 마시기로 한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한잔,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 한잔,

산우들과의 우정을 위해서 한잔

 

술이 줄어들면,  

산행길이 좀 허전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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