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 목요일
야리가다케산소(3,020m)~야리가다케(3,180m)~야리가다케산소~오오바미다케(3,101m)~나카다케(3,084m)~미나미다케(3,032m)~미나미다케고야(2,960m)~
대키렛도<험로>~기타호다카고야(3,100m)~기타호다카다케(3,106m)~카라사와다케(3,110m)~호타카다케산소(2,990m)
새벽 4시에 일어나 산행기록을 점검하고
바로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다.
밖에서는 텐트를 흔들어 대는 바람소리가 요란하고,
안개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5시 30분 산장에 도착해 있으니 곧 <북설지>가 들어온다.
<날진>형님과 <제임스> 형님을 20분 정도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둘이서 야리가다케 정상으로 간다.
바위암봉이 좀 위험스럽지만 적당한 곳에 확보물이 설치되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올랐다. 정상에 올랐지만 보이는 것은
구름과 안개 뿐이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 보지만 쉽게 걷힐 것 같지는 않다.
20여분 기다리다 그만 내려가기로 한다.
하산중 <날진>형님이 올라오고 있다.
내려오는 우리를 보고 다 내려가면 누가 인증샷을 찍어주냐고 한다.
내려가서 <제임스>형님 보고 빨리 올라가라고 하겠다고 하니,
그럼 <제임스>가 올라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한다.
@@##%%##!!**&&%$#@omg
산장에 도착하니, 아침 운동을 해서인지 배가 고프다.
식당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칠 즈음 <날진>, <제임스>형님이 내려왔다.
오늘 일정을 놓고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날진>,<제임스>형님은 태풍때문에 산행이 어려울 것이니
그냥 오늘 가미고지로 하산하겠다고 한다.
<북설지>는 태풍의 영향력이 크지 않으니 계획대로 가자고 한다.
그래서, 나와 <북설지>는 계획대로 오쿠호다카로 가기로 하고,
<날진>,<제임스>형님은 가미고지로 하산하기로 한다.
그리고, 나고야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기념사진을 한장 남기고 헤어진다.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섭섭한 마음이 많이 남는 순간이다.
비와 바람이 계속 불어댄다. 오오바미다케에 도착한다.
서서히 암릉구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닌데
비와 바람으로 인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나카다케를 거쳐 미나미다케로 향한다. 일본인 2명이 뒤 따라온다.
그들도 오늘 오쿠오다카산소까지 간다고 한다. 일행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산행중 만난 유일한 사람들이다.
미나미다케를 지나 조금 내려서자 미나미다케고야가 나온다.
10시 30분 경인데, 식사는 11시 30분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그냥 라면으로 식사를 하기로 한다.
라면 2개를 끓여 스팸을 넣어 먹었는데, 다소 적은 듯 해 라면을 하나
더끓여 먹었다. 일본인들은 컵라면 같은 것에 물을 부어 먹고는 그냥 출발한다.
11시 30분경 식사를 마치고 산장을 떠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릿지구간이 시작된다.
바위를 부여잡고 능선을 통과해야 한다. 확보물이 있는 곳은
그나마 괜찮은데, 확보물이 없는 곳이 더욱 조심스럽다.
특히 칼날능선 같은 곳을 지나는 것이 제일 위험스럽다.
바람이 불어 능선에서 몸을 제대로 세울수없어 엎드려 기다시피
능선을 통과한다. 암릉구간이 한 두군데가 아니고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한번은 암릉을 내려가는 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한 곳 보다는
그 옆으로 가는 것이 더 편할 듯하여 그쪽 방향으로 몸을 틀어 내려가는데
발이 닿지를 않는다. 간신히 양팔에 의지해 조금씩 몸을 돌려
사람들이 다니던 쪽으로 붙었다.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함께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사람 뒤를 따라 가면 되는데,
혼자가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들이 다니던 곳으로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은 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잘 못하여 그리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지 못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조심스럽게 찾아가며 천천히 암릉구간을 통과한다.
3시경 기타호다카고야에 도착했다.
거의 3시간 가까이 바위를 부여잡고 네발로 기어서 온 셈이다.
산장은 아담하게 생겼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산장안내원 아가씨가 난로를 우리 곁으로 가져다 준다.
온 몸이 비에 젖어 떨고있으니 안쓰러웠나 보다.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시 30분경 다시 출발한다.
오늘은 야간산행이 불가능한 날이기 때문에 해가 지기전에
반드시 산장에 도착해야 한다.
짙은 안개가 낀 날에는 랜튼이 아무 소용이 없다.
랜튼을 켜도 자기 발밖에는 볼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상으로는 산장까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되어 있지만
날씨와 산행코스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서둘러 출발한다.
다시 암릉길이 나타난다. 지나온 길 보다는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니 위험에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5시가 넘어서자 급격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몸도 점점 차가워 지는 것 같다. 비를 하루종일 맞다보니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
특히 잔설이 남아 있는 동쪽사면에서 올라오는 찬바람을
맞으면 온몸이 떨린다. 그러다 서쪽사면으로 들어서면
바람이 잠잠하여 살 것 같다.
서쪽사면으로만 갔으면 좋겠는데, 길은 동쪽으로 갔다가
능선을 가로 지르다가, 아주 가끔씩 서쪽사면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이제 1시간 정도만 가면 끝이 난다.
나도 모르게 "1시간 남았다"는 소리를 질렀다.
다소 추위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부터는 계속 "한 시간", "한 시간" 소리를 지르며 오른다.
그러면 한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10분이 지나고 나서는 "오십분"이라는 소리를 지르고
다시 "사십분", "삽십분", "이십분", "십분"이라고 소리를 지른다.
십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산장의 불빛이나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가고 있는데, <북설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라 나는 들을 수 있지만,
나의 대답소리는 아마도 <북설지>가 듣지 못할 것 같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고 생각하고 걸어가고 있을 즈음
눈앞에 야영장이 나타나고 곧 반가운 산장이 나타난다.
정확히 6시에 도착했다.
<북설지>는 야영장을 사용할 것인지 그에 관해 산장 안내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야영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하고
산장에서 자자고 하니 그게 좋겠다고 하여 산장에서 자기로 한다.
밖에는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이런날 야영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함께 왔던 일본인 2명도 먼저 도착해 식사를 하고 있다.
야영을 할 것이냐고 물으니 자기들도 산장에서 잘 것이라고 한다.
이날 야영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식사를 주문하니 우리 보고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한다.
혹시 식사가 안되는가 했는데 주문을 받아 준다.
산장에는 젖은 옷과 장비를 말리는 건조실이 있다.
들어가 보니 거의 사우나실 수준이다.
젖은 장비대신 그곳에서 몸을 말렸다. 따뜻해서 좋다.
그리고 장비가 마를 수 있도록 풀어 헤쳐 놓았다.
식사준비가 다되었다고 하기에 내려가 보니
아주 맛깔스럽게 차려져 있다.
밥과 국이 넉넉히 있고, 반찬도 고기, 생선, 전, 샐러드, 과일 등
골고루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맥주를 한잔하면서 오늘 산행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우아하게 식사를 한다.
산장의 책장에는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산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는 산행문화에 관한
책이 그리 체계적이지 못한데,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립해 놓은 것 같다.
몇권의 책을 들춰보면서 세심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진
책을 보고 작은 충격을 받았다.
오늘날 우리는 "쉽고 빠르게"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빨리 빨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방은 12명이 쓰는 방인 듯 한데(실제는 6명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둘이서 사용했다. 너무 넓어서 배낭의 내용물을 다 풀어 놓았다.
9시가 되자 자동으로 소등이 된다.
마련된 이불을 덥고 잠을 청한다.
오늘 산행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처럼
아련하게 느껴진다.
▼ 야리가다케산장에서
▼ 야리가다케 정상. 산장에서 한 15분 거리이다.
▼ 일본인 부부가 오르는데, 장갑도 없이 오르고 있었다.
▼ 산장에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
▼ 헤어지기전 기념사진
▼ 오쿠호다카산장에 도착하여...산장 숙소
▼ 다음날 아침식사
▼ 산장의 책장
▼ 산장내부
'해외 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행을 마치고 나고야로 이동 (0) | 2011.09.06 |
---|---|
일본 북알프스 산행 여섯째날 (0) | 2011.09.06 |
일본 북알프스 산행 네째날 (0) | 2011.09.06 |
일본 북알프스 산행 세째날 (0) | 2011.09.06 |
일본 북알프스 산행 둘째날 (0) | 201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