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7.8.18~19(토,일)
산행지 : 지리산(거림-세석-장터목-제석단(1박)-천왕봉-순두류-중산리)
누구랑 : 아들과 함께 둘이서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산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지라 가까운 근교산만 잠깐씩 다녀왔을 뿐 지리에 든 지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던 차에 오랜만에 지리산에 가고 싶은 마음에 안해에게 함께 갈 것을 권해 보지만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고 만다.
다시 아이들에게 물어보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다. 작은 녀석이 아빠를 따라 지리산에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귀를 의심하며 재차 확인해 보는데, 선심이라도 쓰듯 “아빠 따라 지리산에 가 줄께요”라고 한다. 옆에 있던 안해도 걱정스런 눈으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다.
우리 부자간의 산행계획은 그렇게 느닷없이 세워졌다. 시간은 흘러 드디어 출발의 날이 다가왔다. 전날 간식꺼리와 반찬을 간단히 준비하고 배낭 패킹을 마치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다음날 4시 30분에 일어나 5시경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사상터미널로 버스를 타고 진주로 간다. 진주에서 8시 5분 덕산행 버스를 타고 덕산에서 다시 택시로 거림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다.
우리는 이른 아침 부산에서 아침도 거른 채 그렇게 달려와 이제 지리의 골짜기 앞에 섰다. 산행시작 전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기고 산행을 시작한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거림골을 오른다. 무더운 날씨에 텐트까지 지고 오르니 곧 땀으로 온 몸이 젖어 버린다. 아들 녀석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별 불평 없이 잘 간다. 혹시 불평이라도 나올까 염려되어 아이의 눈치를 보며 중간 중간 쉬어가자 하며 간식도 먹고 쉬엄쉬엄 오른다.
세석까지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대피소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식사할 공간조차 차지할 수 없다. 구석진 곳에서 라면에 햅반으로 허기만 감추고 아들에게 산장을 간단히 소개해 주고 세석을 떠난다.
촛대봉을 힘들게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아 본다. 천왕봉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아들 에게 연하봉과 장터목의 위치를 가르쳐 주고 우리는 다시 장터목으로 향한다. 능선 길을 걸으니 오르막 보다 수월한지 아들은 신이 나서 잘도 간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다. 제석단에 물이 나올까 하는 의심스런 마음에 장터목에서 어렵게 식수를 받아 제석단으로 갔다. 제석단에 도착하니 식수는 시원하게 잘 나온다. 제석단의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차가운 물로 몸은 씻으니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질 정도이다. 잠자리를 마련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구름 뒤의 해가 비춘 붉은 구름 빛은 너무도 찬란하여 마치 마법의 세계라도 온 듯하다. 아들의 눈에도 그 풍경이 멋지게 보였는지 사진기를 달라며 사진을 찍어댄다. 하나 둘 나타나는 별을 찾아가며 식사를 한다.
아들 녀석은 전날 잠을 설친데다, 피곤했는지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곯아 떨어졌다. 나도 잠깐 눈을 붙이고 12시경 잠이 깨어 밖으로 나왔는데, 밤하늘의 별들이 구름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냥 잠자기에는 너무 아까워 목이 아프도록 하늘을 쳐다보았다.
다음날 여명이 틀 무렵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남은 반찬으로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이슬에 흠뻑 젖은 잠자리를 정리하고, 8시 무렵 산행을 시작한다. 제석봉을 오르면서 이슬 맞은 풀잎으로 인해 등산화가 다 젖어 버렸다. 제석봉에서의 아침은 조용하고 푸릇푸릇함으로 인해 상쾌했다.
곧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 앞에 선다. 천왕봉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기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 사진을 부탁한다. 이제 천왕봉 바로 옆에서 남은 과일로 느긋하게 간식을 하며 산행의 클라이막스인 천왕봉 조망을 즐긴다.
이제 하산할 것을 생각한다. 다시 장터목으로 돌아가 백무동으로 하산할 것인지 아니면 중산리로 내려갈 것인지 고민하다 중산리로 내려가기로 한다. 급경사 내르막 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반대로 천왕봉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을 많다.
아들은 올라오는 사람들이 힘들어 보였는지 아니면 산을 내려간다는 것이 기분 좋았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한다. 올라오는 사람도 기특한 듯 한마디씩 던진다. 그렇게 기분 좋게 내려가다 로타리산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간식으로 수프를 먹기로 한다. 향긋한 스프의 냄새가 좋다.
식사후 순두류로 하산하기로 하고 천천히 계곡으로 내려간다. 시작부터 계곡이 나타나는데 내려갈수록 점점 물줄기는 커져간다. 광덕사교를 지나 적당한 곳에서 알탕을 하기로 한다. 아들은 차가운 계곡물에 선뜻 몸을 담그지 못하고 주저주저 하고 있다. 한참을 물속에서 놀다보니 몸의 열이 식는 듯하다.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새사람이 된 듯 상쾌하다. 곧 학습원입구에 도착되고 다시 시멘트 포장길을 한참 걸어 발바닥이 아프다고 느껴질 즈음 중산리 입구에 도착된다. 식당에 도착하니 아들은 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야단이다. 산채비빔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돌아갈 길이 아득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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