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중산리-장터목-천왕봉-법주굴

오시리스. 2010. 4. 9. 14:35

산행일 : 2007. 3. 10. 토요일

산행코스 : 중산리-장터목-천왕봉-법주굴-알바-중산리

함께한 이 : 날진, 제임스, 오시리스

 

아마도 작년 크리스마스때가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 지리산을 찾은 것이...

어쩌다 보니 바쁜 일상에 치여 지리산을 찾지 못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날진님과, 제임스님과 함께 지리산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새벽 3시 집을 나서 날진님과 합류하여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 바깥기온은 차갑게 느껴지고 바람마져 제법 세차게 붑니다. 

 

오랜만의 맡아 보는 지리의 냄새를 연신 가슴 깊숙이 들이 마시며 한발 한발 오르니

30여분 지나 칼바위 갈림길에 도착됩니다. 백무동에서 올라 장터목에서 기다리고 있을

제임스님을 만나기 위해 장터목 방향으로 오릅니다.

 

장터목을 오르는 계곡은 크고 넓어 호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

곳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어 겨울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크고 작은 소와 폭포를 즐기며 쉬엄쉬엄 오릅니다. 

유암폭포를 지나자 오름길이 힘들어 지기 시작합니다. 새벽 3시 집을 나와 아침식사도

거른채 2시간이 넘도록 산행을 계속 했으니 배가 고픈 것도 당연할 겁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져 준비한 빵 조각을 입에 넣어 보지만 그리 신통치

않습니다. 장터목에서 기다리고 있을 일행을 생각하며 힘겹게 올라갑니다.

 

9시 40분경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제임스님께서 미리 밥과 국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직 이른 시각이지만 오랜만의 만남이라 지난 산행이야기를 안주삼아 쇠주 한잔을

나눕니다. 바쁠 것이 없는 몸이니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11시가 넘어 천왕봉을 향합니다.

 

바람과 눈과 고사목이 만들어 놓은 제석봉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오릅니다.   

눈앞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잠시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한참 동안 제석봉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고, 천왕봉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느새 천왕봉이 눈앞에 다가와 있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 부근에서 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나도 천왕봉 정상석을 오랜만에 한번 안아보고 주위의 조망을 즐깁니다.

날씨가 갑자기 어둑해 지는 것이 눈이라도 내릴 듯 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법주굴과 광덕사지를 돌아보기로 하고 천왕샘을 들러 목을 축이고

들머리를 찾아 내려 갑니다. 얼마전 사진으로 보았던 들머리를 확인하고 법주굴을 찾아 갑니다.

 

이제부터가 정말 산행하는 느낌이 듭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산행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들머리는 개선문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돌무더기에서 동쪽으로 열려 있습니다.

들머리에서 30분 지나 법주굴에 도착됩니다. 산길을 찾는 감각이 탁월한 제임스님의

안내로 첫번째 목적지는 별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늑하게 느껴지는 법주굴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으니,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

합니다. 제법 눈발이 날리는 것이 조금 불안하게 합니다. 다음 목적지도 초행길인데다

길마져 희미하다 하던데...

 

식사를 마치고 동쪽으로  낮은 산죽 사이의 길을 따라 가니 회색 비닐 표시기와 눈에 익은

표시기들이 여럿 보입니다. 이 길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길을 따르지만 웬지 길이 너무

희미합니다. 

 

20여분 뒤 산길이 위로 나 있고 아래로는 끊어져 있는 듯 하여 다시 되돌아 나옵니다.

최근 다녀온 "기쁜인연"님의 표시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길이 맞는것 같은데...

계곡으로 회색 표시기가 있지만 내려서는 길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리저리 길을 찾아 보았지만 여의치 않아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로 하는데,

왔던 길조차 내린 눈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찾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신히 왔던길을 찾아

되돌아 나오니 법주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법주굴에서 다시 주능선의 들머리로 돌아 나오니 6시30분이 지난시간입니다.

곧 날은 어두워져 머리에 불을 밝히고 중산리길을 하염없이 내려옵니다.

중산리 주차장에 9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합니다. 

 

오랜만에 장거리 산행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지리의 모습을 마음껏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조만간 다음번 산행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길었던 오늘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