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

일본 중앙알프스 둘째날 산행

오시리스. 2015. 8. 17. 17:13



2015.8.9. 일요일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를 하는데, 

떠나기가 싫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이 너무

편안했다는 것도 있지만, 


젖은 옷과 등산화를 다시 입고, 신어야 하고, 

비에 젖은 산죽을 헤치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오늘 가야할 목적지가 너무 멀리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가야할 곳은 식수가 없다. 

점심은 미리 준비한 빵으로 해결할 것이고, 

저녁은 예상 도착지인 奧念丈岳에서 식수를 구하든지 

아니면, 가지고 있는 물로 해결하든지 할 생각으로


우선 샘터에서 산행시 먹을 물 1리터와 여분의 물

1리터를 추가로 확보해 가기로 한다. 

 



▼ 하룻밤 머물렀던 대피소를 뒤로 하고 출발






▼ 수장


각자 2리터의 물을 지고서 출발한다. 

출발전에 물도 실컷 마셔둔다. 






▼ 온다케.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로 지난해 화산폭발로 56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온다케의 위의 구름은 아마도 

화산의 열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가보고 싶어도 쉽게 갈수 없는 산이다.  

온다케는 이번 산행내내 멋진 조망을 보여주었다. 





 

▼ 가야할 능선들. 


저 높은 곳이 越百山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안평로산


정상에 도착하였지만, 마땅히 앉을 곳 조차 없다. 

그냥 정상에 말뚝하나 박아 놓은 게 전부다. 말뚝 옆에 

비비고 앉아 잠시 쉬었다가 간다.  







▼ 알바후의 달콤한 휴식. 


안평로산에서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계곡으로 빠져버린다. 

다시 능선 사면을 치고 나가는데 잡목을 헤치는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잡목을 하나하나 헤치고 나아가 능선으로 붙었다.

 

안평로산에서는 지도상에 산길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점선은 범례에 의하면 難路라고 표시되어 있다. 


실제 지도상 점선으로 표시된 이구간은 산길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성 싶다. 한바탕 알바를 한뒤 잠시 쉬었다가 간다. 

온통 산죽이 널려 있어 이런 휴식장소 조차 몇군데 되지 않는다. 






▼ 끝없는 산죽밭 


산죽 속에서 간단히 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산죽을 헤치고 나간다. 

능선길이지만 계속적인 오르내림으로 체력소모가 크고 식수의 부족으로 

물조차 양껏 마시질 못하니 점점 모두 지쳐가는 것 같다. 


세명이 흩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를 유지하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나아간다. 






▼ 지도상 舊安平路避難小屋이라고 표시된 곳이다. 


사용불능은 잘 모르겠으나, 접근곤란은 맞는 말인 듯...







▼ 지나온 산죽밭






가도가도 산죽이 끝이 없다. 

문득 지리산 황금능선이 생각난다. 

천잠안부에서 5시간 정도 산죽을 헤치며 나아갔고,

그때도 식수가 모자라 고생하며 

치밭목 샘터에서 물배를 

채웠던 기억.... 


이곳 산죽은 키가 좀 작아서 허리를 숙일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산죽잎이 좀 넓고 커서, 그리 날카롭지는 않다. 


그래도 산죽구간이 너무 길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산행을 해도 산죽밭에서 헤어나질 못했고 다음날 오전까지 

산죽과 씨름한 끝에 산죽구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 그냥 앞만 보고 걸을 뿐... 








▼ 奧念丈岳 정상


정상표시 조차 변변치 않다. 







▼ 야영지


텐트 칠 공간이 없어 산죽을 누이고 그 위에 텐트를 얹었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어렵게 텐트를 친 곳이다. 





배낭을 내려보니 비상용을 준비한 물 1리터가 다 흘러 버렸고, 

빈 수낭만 배낭에 있다. 수낭의 마개를 잘못 막아 놓았던 것 같다. 


침낭을 비롯한 배낭 내용물이 다소 축축해졌다.

그래도 방수주머니로 이중 패킹을 해서인지 배낭 아래에 물이 좀 

차있고, 내용물은 그런대로 젖지 않았다. 


물을 확인해 보니, 총 1.8리터가 우리의 물 전부다. 

오늘 저녁식사와 내일 아침식사, 그리고 운행중 마실물 등이 필요한데...


내일 오후 2시는 넘어야 샘터에 도착할 듯 한데...   

우리가 가진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물을 잃지만 

않았어도 어떻게 해 볼 생각을 해 보겠건만...


아무래도 물을 확보하러 가야할 것 같다.

지도를 보니 북서쪽으로 가면 제일 가까운 계곡을 만날 듯 하다. 

산죽을 헤치고 내려가니 거의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산죽이 끝나는 곳에서 첫 합수부를 만나는데, 

물은 보이지 않고, 물소리는 들리는 듯 하다. 


사태지역으로 조심조심 내려가니 암반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만날 수 있었다. 머리도 감고 물도 싫컷 마시고, 

수낭에 2리터, 날진물통에 1리터를 채운다. 

고도계를 보니 고도200미터 정도 내려온 것 같다.  


이제 다시 내려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태지역은 작은 돌들이 많아 미끄럽다. 

조심조심 올라 사태지역을 벗어난다. 


이번엔 산죽밭이다. 

한 두 발자욱 올랐다가 두세 발자욱 

미끄러진다.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가고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온 몸을 감싼다. 

아.....이 산죽을 어떻게 올라간담....


한손엔 수낭을 들고 다른 손엔 날진물통과 스틱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손씩 한손씩 산죽을 헤치고 한발자욱씩 오른다. 

조금 오르다 보니, 아...이렇게 하면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수 없다. 고도계만 처다보며

고도계가 5m 단위로 변할 때마다 기쁨과 안도감을 느끼며 올랐다. 


어느덧 거의 다 오른 듯 하다고 생각할 즈음

렌튼 불빛이 보인다. <방선수>가 불을 비춰주고 있었다.   

물을 구하러 내려간지 2시간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힘들고 긴 하루가 이렇게 끝이 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