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리산 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

오시리스. 2010. 4. 9. 14:25

다녀온 곳 : 지리산 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 

다녀온 날 : 2006. 5. 20.(토) ~ 2006. 5. 21(일)

같이간 분 : 오시리스 혼자

산행일정

 05:40  해운대 출발

 07:00  사상터미널

 10:40  화엄사 주차장

 11:21  화엄사

 12:05  참샘터

 13:55  눈썹바위

 14:19  노고단대피소

 14:47  노고단

 15:39  피아골삼거리

 15:50  임걸령

 16:44  삼도봉

 17:09  뱀사골대피소

 19:24  저녁식사

 21:30  연하천대피소

 03:00  취침

 04:00  산행시작

 05:52  벽소령대피소

 06:53  아침식사

 07:53  선비샘

 09:34  영신봉

 09:44  세석대피소

 10:00  간식

 11:25  연하봉

 11:40  장터목대피소

 12:30  천왕봉 0.7㎞ 이정표

 13:09  천왕봉

 13:32  중봉샘

 13:45  중봉

 14:33  써리봉

 15:04  치밭목대피소 1㎞ 이정표

 15:29  치밭목대피소

 16:06  무제치기교

 18:00  유평마을  

 18:20  대원사 도착

 21:10  진주

 10:40  사상터미널

 12:00  해운대 도착

  

 

지리산... 민족의 영산이자 민초의 한이 서린 지리산,

언젠가 한번쯤은 종주를 해보리라 마음을 내어 보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고

그 주위만 맴돌게 됩니다.

 

올 봄에는 꼭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라도 가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벌써 5월이 다 지나가고 6월 중순부터는 장마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 집니다.

 

5월이 지나가면 종주를 하기 힘들어 질 것 같아 마지막주에 종주를 결심합니다.

산행준비는 미리 해 둔터라 별문제가 없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체력과 나약한 정신이

항상 마음에 걸려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토요일 버스로 화엄사에 도착해 다음날 대원사로 하산하여 부산으로

돌아오는 1박 2일의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말에 비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렵게 마음을 먹었는데 봄비 답지 않게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이 비소식이 종주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산신령의 계시인지 아니면 나약한 마음을

시험하려는 것인지 혼자서 생각이 복잡해 집니다. 토요일 당일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여전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발길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안해가 가지마라고 하면 좋겠는데,

그냥 조심해서 다녀 오라고 합니다. 비오는데 배낭을 메고 가려니 행여 사람들이 알아 볼까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갑니다.

 

사상터미널에서 화엄사로 가는 7시 첫차를 타고 화엄사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입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습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창원에서 오신 분도 종주를 하신답니다. 

주차장 인근의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11시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20분쯤 포장도로를 오르니 화엄사 현판이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 좌측의 깊은 화엄사골로 들어갑니다.

비는 오지 않지만 흐린 날씨에 배낭을 지고 오르니 금방 땀이 쏟아지고 비에 젖은 것처럼 옷이 다 젖어

버립니다. 화엄사를 지난지 3시간 40분만에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노고단에서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같은 버스를 탓던 창원에서 오신분과 부산에서 오신분들이 먼저 와 계십니다. 창원에서 오신분은 

노고단에서 주무신다 하시고, 부산에서 오신분은 뱀사골대피소까지 간다고 합니다. 저도 뱀사골까지는

가야 하니 맥주 한캔으로 목을 축이고 비내리는 지리산 주능선에 올라섭니다. 

 

주능선길을 잘 정비되어 있어 산행속도를 좀 높여 봅니다. 비가 내리니 그리 덥지도 않아 걷기에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안개가 가득해 아쉽게도 조망은 없습니다. 3시 50분경 임걸령 샘터에 도착하여

갈증을 달래고 물통에 물을 보충합니다. 

 

삼도봉을 지나 5시 조금 넘어 뱀사골대피소에 도착합니다. 허기진 배를 위해 밥을 하고 찌게를 준비

합니다. 20여분 지나서 부산에서 오신 분이 들어섭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7시 20분경 작별을 하고 연하천을 향해 출발합니다.

 

곧 어두워지고 빗방울은 굵어집니다. 운무가 짙게 깔려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고 랜턴을 켜도  

내 등산화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산행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주능선 길이라고 하지만 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9시 30분입니다.

 

연하천대피소에는 많은 산님들로 북적거립니다. 취사장으로 돌아가 벽소령으로 갈까 아니면 여기서

잘까 망설이다 비속을 갈 자신이 없어 이곳에서 자려고 하는데 잠잘 공간이 하나 남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대피소 현켠에 비집고 들어가 눕습니다.

 

눈은 감지만 잠은 오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코고는 소리에 잠꼬대로 밤새 뒤척이다 새벽 3시경

취사장으로 나오니 그 곳에서도 7-8명이 잠을 자고 계십니다. 밤길을 혼자 걷기 싫어 누군가 산행을

나서면 따라 나설 요량으로 기다려 보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4시가 되어 결국 혼자 나섭니다. 

 

벽소령으로 가는 도중 날이 밝아오고, 5시 50분경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새벽녘 벽소령대피소는

취사준비에 산행준비에 분주합니다. 나도 이곳에서 아침식사로 라면을 하나 끓입니다.  별로 입맛은

없었지만 반정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니 힘이 납니다. 

 

벽소령대피소를 나오니 구름을 쌀짝 물러가며 능선을 조금 보여줍니다.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데 곧 

운무에 휩싸입니다. 오늘 가야길이 멀기에 쉼없이 진행하니 7시 50분경 선비샘에 도착합니다. 

"선비샘" 이름이 참 정갈하게 느껴지는데 그 유래가 궁금해 집니다. 9시 40분이 넘어 세석대피소에

도착됩니다.

 

간단히 양갱과 사탕을 먹고 촛대봉을 향합니다. 11시 40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빵과 과일로

보충하고 제석봉을 향합니다. 제석봉을 오르면서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고사목 들이 운무에 싸여

신비한 모습을 연출해 냅니다. 연신 사방팔방을 돌아보며 제석봉을 지나갑니다.

 

어느덧 "천왕봉 0.7㎞" 이정표에 도착합니다. 가장 반가운 이정표이기도 하지만 700미터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 느끼게 해주는 이정표입니다. 천왕봉 정상에 도착하니 1시 9분입니다. 사진을찍어 달라는 

젊은 부부에게 나도 한장 사진을 부탁합니다.

 

정상에서 안해에게 전화를 하니 대뜸 화부터 냅니다. 왜 전화기를 꺼 놓고 전화도 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제서야 집에서도 걱정을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봉으로 가는 길부터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적합니다. 1시 45분 중봉에 도착하니 스틱이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누군가 잃어버린 것 같은데 찾으러 올것 같아 그냥 놓아두고 내려옵니다. 써리봉

가는 길을 계단과 암릉, 고사목이 잘 어우러지는 산길이라 여겨집니다.

 

비는 그치고 천왕봉 정상은 구름이 가려있지만 써리봉을 향하는 길에는 해가 나옵니다. 

써리봉을 지나 내려오니 눈앞에 황금능선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습니다.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하니 민대장님 혼자 계시고 한적합니다. 커피를 한잔 부탁하고 초코파이를 두어개

먹습니다.       

 

3시 30분경 치밭목대피소를 나와 유평마을로 향합니다. 내려오는 계곡에서 땀으로 찌든

몸을 씻고 긴긴 계곡길을 걸어 내려 옵니다. 유평계곡길은 시원스런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는 좋은 산행코스라 여겨집니다.

 

6시가 조금 넘어 유평마을에 도착합니다. 주차장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고맙게도 마을을 내려가는 차가 있어 저를 태워주시겠답니다. 대원사에서 사진을

한장 찍고 차를 타고 내려가니 저와 같은 산님 한분이 걸어 내려가고 있어 그분도 같이

타고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버스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시원한 맥주 1캔을 따서 마십니다.

길었던 1박 2일간의 지리산 여정을 떠올리며 흐믓한 마음으로 부산으로 돌아옵니다.



     ▲ 화엄사

     ▲ 화엄사골의 무명폭포

    ▲ 노고단

     ▲ 벽소령대피소 새벽풍경

     ▲ 세석가는 길

     

    ▲ 세석대피소의 뒷모습

    

    

    



     ▲ 오시리스

     ▲ 써리봉을 지나 바라본 황금능선

     ▲ 치밭목에서 본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 대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