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여섯째 날(2007.12.3)
2007년 12월 3일(월요일)
아침 6시 휴대폰 알람소리에 일어나 밖에 나가 아침산책을 간단히 즐기고
식당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오늘 하루를 계획한다.
아침은 서양식으로 아이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기로 하는데 베이컨과 계란후라이,
토스트와 샐러드로 식사를 한다. 우리의 아침상을 본 외국인이 “Good Breakfast”라고 한마디 한다.
전날 오랜 시간 운전으로 상당히 피곤하다.
그리고 아이들도 차안에서 거의 하루종일 있다보니 많이 치쳐가는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목장의 풍경도 이제 새롭지 못하다.
아쉽기는 하지만 운전시간을 많이 줄여야 할 것 같다.
당초 여행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당초의 서부쪽의 폭스빙하와 그레이마우스는 포기하고
퀸스타운에서 크라이스트쳐치로 바로 돌아가는 코스로 코스를 단축한다.
아침에 차량을 점검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 10시가 다 되어 느긋하게 출발한다.
인버카길에서 윈톤을 거쳐 Lumsden 그리고 Mossburn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데, 가게 주인이 한국인이다.
테아나우를 지나 밀포드사운드로 들어간다. 들어가는 초입에 공사구간이 있어 잠시 망설이다
그냥 진입한다. 길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곧 길은 좋아진다.
테 아나우 다운스에 도착한다. 대형버스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내리는데
이곳이 밀포드트랙이 시작되는 곳이니 아마도 밀포드트랙의 트레킹을 온 사람들 같다.
안해는 복장을 완전히 갖춘 것으로 보아 한국인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곳에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전개된다.
거울호수가 나타나고 Gun 호수가 나타난다. 지형이 점점 거칠어지고 예사롭지 않다.
정상에는 눈이 덮여있고, 눈이 녹아 흘러내는 물이 곳곳에서 폭포수 처럼 흐른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는 고프지만 가야할 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계속 진행하는데 길이 쉽지 않다. 죄측통행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좁은 왕복 2차선을 큰 차로 가자니
자꾸 왼쪽으로 쏠려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버스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곧 호머터널에 도착되는데, 생각보다 작은 터널을 보면서 왕복으로 차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능하겠지 하며 터널로 진입했다. 터널이라고 하지만 동굴처럼 생긴 모습에 불빛도 하나 없는 그런 곳이다.
전조등을 밝히고 나아가는데 왕복으로 차가 다닐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터널이 경사가 있다. 맞은편에 차와 마주서게 되면 후진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우려했던 바와 같이 맞은편에서 차량불빛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쌍라이트를 깜빡이며 앞으로 나아가니 다행히 차들이 진행을 멈추고 길게 늘어서 있다.
차들이 서있는 곳에 이르니 조금 너른 공간이 있어 차를 한쪽으로 붙일 수 있었고,
맞은편의 차들이 지나갈 수 있었다.
차들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터널을 빠져 나왔다.
하마터면 동굴안에 갇힐 뻔한 순간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제는 경사진 낭떠러지 옆을 지나 내려와야 한다.
저속기어로 천천히 내려가는데 곳곳에서 차가 퍼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또다시 오르막이다. 안해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지만 나는 그저 앞만 보고 조심조심 나아갈 뿐이다.
곧 밀포드사운드 선착장에 도착한다. 마지막 배가 3시 45분으로 마감이 되었다기에
우리는 내일 9시 30분 첫 크루즈를 예약한다. 안내원에게 근처의 롯지를 물으니 2㎞ 되돌아가면 롯지가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찾아가는데 갈림길에서 조금 지나와 버려 다니는 차도 없고 하여 10미터 정도 후진을 시도했다.
그때 갑자기 차에 무언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더니 뒤에서 소형 승용차가 한대 나온다.
차에서 내려 보니 중국인 여행객인데 상당히 당황해 한다. 나를 보고 뭐하는 거냐고 말한다.
나는 차를 확인할 수 없었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어찌하면 좋겠냐고 하니,
자기들은 테아나우로 가야하는데 여기서 많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하면서 250달러를 달라고 한다.
대충 한화로 따지만 20만원 정도 되는 돈이라 250달러를 선뜻 내어 주고 헤어졌다.
롯지에 들어가니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듯 멍하다.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 삼겹살과 두부찌개로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기의 롯지 시설은 이제 막 설비를 해서인지 조금 부산스럽지만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다른 롯지와 달리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스쿠버 하는 사람,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 등등 밤늦게 까지 포커를 치며 놀던 사람들도
11시가 되자 모두 조용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