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

일본 중앙알프스 여섯째날 산행

오시리스. 2015. 8. 18. 17:15



2015.8.13. 목요일




밤새 내리는 비와 바람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가끔 밖으로 나와 

펙을 고정하고는 다시 텐트로 들어간다. 


북설지는 비가 텐트 안으로 들어쳐 장비가 다 젖었고, 

방선수는 밤새 텐트가 날아갈까 염려되어 텐트 폴대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각자 힘겹게 텐트에서 비바람에 견딘 듯 했다.


아침이 되어도 비바람은 그칠 기미가 없다. 

아침식사를 해야 겠기에 어제 일본 여자분이 주고간

야채죽을 한번 끓여 보는데, 뭘 잘못했는지 정말 맛이 없다. 


북설지와 방선수를 불러 식사를 같이 하는데, 

모두 맛이 없다는 것이다. 라면스프를 하나 넣어 다시

스프죽을 만들어 본다. 이 또한 맛이 별로다.


꾸역꾸역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람들이 대부분 하산길로 떠나 버린 듯 하다. 

대피소에는 두 사람 밖에 없다고 하여 

텐트만 놓아두고 모두 대피소로 들어갔다. 


나도 짐을 꾸려 대피소로 들어갔다. 

밖에는 태풍급의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이 곳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 대피소에서 바라본 야영지





▼ 비에 젖은 장비들을 널어 놓고 잠시라도 말려본다. 







대피소 안에서 커피도 한잔마시고, 

여유를 부리며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12시부터 비가 그친다는 예보가 있어,  

10시 30분경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다행히 비는 그친 듯 하다. 




▼ 다시 출발선으로, 히노키오다케 







▼ 바위로 바람을 막고 잠시 휴식중







군데군데 바위암릉이 있지만,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빵을 간식으로 

먹으면서 나아간다. 







▼ 사방이 탁트인 지대에 이른다. 

極樂平 정도인 듯 하다. 







▼ 호켄다케의 직등과 우회로의 갈림길


갈림길에 이르자 북설지와 방선수가 기다리고 있다.

방선수는 우회하기로 하였고, 북설지도 방선수와 같이 

우회하겠다고 한다. 


 북설지에게 직등을 하자고 하려해도 

방선수가 혼자 남게되어, 그냥 혼자 직등하기로 한다.

이번 산행중 일행과 헤어지는 처음이었다.


  




▼ 추모비. 


날씨도 별로 안 좋은데 추모비를 만나니 더욱 움추려 든다. 

그래도 차근차근 풀어가면 갈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나아간다. 








호켄다케는 몇 개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구성된 봉우리다. 

곳곳에 쇠사슬이 달려 있고, 오르는 곳은 페인트로 확실히 표시해 두었다. 









바위 위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을 세우기는 어렵지만 

주위의 바위와 쇠사슬을 양쪽으로 잡고 한발 한발 주의깊에 오른다.   







수직의 암벽을 내려서야 하는 구간이 나온다. 

사슬이 잘 달려 있지만 사슬에만 몸을 의지할 수는 없기애

발디딜 곳을 주의깊에 살펴가며 천천히 하강한다. 

암릉을 내려오자 또 다른 암봉이 나타난다. 






▼ 통천문...??





반갑게도 위에서 사람이 내려오고 있다. 

이 길을 나 혼자서 가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크게 위안이 된다. 

4명이 한 팀인 듯한데,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올라간다. 







▼ 정상인 듯 한데, 별 표식이 없다. 

살펴보니 조그만 정상표식이 보인다. 






▼ 그 옆 바위를 보니 무슨 각자를 새겨 놓았다. 

조금은 허탈한 느낌이 드는 정상이다. 






▼ 정상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쉬었다가 간다. 






▼ 하산길도 쇠사슬이 잘 달려있다. 





▼ 호켄산소. 


드디어 일행들을 만나기로 한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에 들어서자 <북설지>와 <방선수>가 먼저 도착해 있다. 

잠시의 이별이었지만 반갑게 다시 만난다.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고 모든 장비들이 다 비에 젖어 있어, 

야영을 하지 않고 산장에서 자기로 한다. 비용은 저녁식사와 

잠자리, 그리고 내일 아침 식사를 포함한 가격이 8,700엔이다. 

럭셔리한 저녁을 기대하며 등산 장비를 정리한다.  






▼ 사케와 함께한 저녁식사. 


플라스틱 용기에 든 사케가 술맛이 나게 한다. 

음식은 북알프스(호다카산소)에서 먹었던 것에 비해 부실했지만, 

야영중에 먹었던 설익은 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밥이라 

무척 맛있게 먹었다.  







▼ 뒤풀이  


식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한 뒤 다시 내려와 술잔을 나눈다.

맥주와 사케...그리고 남은 햄, 북어포 등으로... 







▼ 부산분들과의 만남


산장에서 부산에서 오신 산악회 분들을 만났다. 

18명 정도 오셨다고 하는데, 주로 대간과 정맥을 다니시는 분들이다. 

함께 어울려 먹다보니, 시원소주가 몇 병씩 나오고 맛난 안주도 나온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9시가 되니 불이 꺼져 버린다.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로 돌아간다. 






▼ 잠자리


제법 넓은 공간이다. 

다행히, 우리 일행 세명이 한 방을 사용했다.

푹 잘 잔 것 같다. ~~ 






아직 산행중에 있지만, 

내일 하산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일주일이 다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