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9회차 네째날 (영신봉~세석대피소)
2014. 6. 7.
거림~음양수삼거리~세석산장~한신폭포~가내소폭포~백무동
<고무신>, <오시리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술이 거나하게 된 상태에서
밤새 내려온 길을 다시 오르려니 무척 힘들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쉬노라면 금새 잠이 몰려온다.
잠시 앉아서 졸고 있는데, 뒤따라온 <동자>형님이 깨운다.
나는 놀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세석으로 향한다.
대신 <동자>형님이 그자리에 앉아서 쉰다.
<동자>형님은 그 뒤로 보지 못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세석산장에 도착했다.
물을 마셔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산장에 도착하니,
<고무신>이 고맙게도 라면을 끓여 놓았다.
나는 밥을 좀 먹어야 겠기에 햅반을 하나 사오라고 하여
햅반과 라면으로 어제 저녁겸 오늘 아침겸 점심식사를 한다.
남은 반찬도 다 요리해서 먹고나니 좀 정신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한번 일정을 생각해 본다.
지금 시각이 1시 30분. 천왕봉까지 가는 것은 도저히 무리다.
백무동으로 내려가서 고기리삼거리에서 차를 찾아 다시
<동자>형님이 있는 거림으로 가야한다.
그렇다고 장터목까지 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멈추는 것이 현명한 듯하여 한신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한결 편안해 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세석산장을 떠난다.
▼ 어제 밤새 실랑이를 벌였던 국공들이 보인다.
어제 일은 굉장히 언짢은 기억이다.
막무가내 하산을 요구하는 이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국공들이 샛길 단속을 하는 이유는 두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산행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이고,
둘째는, 국립공원의 자연보호가 그 목적이라고 한다.
그런 대의만을 놓고 보면 타당한 말이다.
그렇지만, 공단에서 하는 일을 보면
그들의 주장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얼마전 벽소령대피소에 곰이 나타나
일반 등산객이 크게 다칠 뻔한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침낭만 물어뜯어 놓았고,
사람은 가까스로 위기를 피했다고 한다.
공단에서 훼손된 참낭은 변상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공단에서 생태계복원을 한답시고
곰을 사육해서 야생에 풀어 놓으면서
그런사고가 난 것이다.
곰이 훼손한 것이 침낭이었기에 망정이지
사람이 다쳤으면 어찌할 뻔 하였는가?
공원에 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야생곰을 풀어놓고 등산객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지리산에서 곰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지리산은 그렇게 적응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지리산이다.
그런데 사라진 곰을 다시 살리겠다고 외국산 곰을
사들여와서 지리산에 풀어 놓는 것...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언젠가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리고,
자연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산길을 막아 놓고
원천적으로 통행을 단속하는 공단의 행정이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 자연보호는 의식의 문제이지
단속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허용된 등반로만
다니는 사람이라도 자연 보호 의식이 없으면
자연은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객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이 자연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바람직한 산행문화를 선도할 책임이 공단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속과 같은 행정편의주의적 조치 보다는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날 수 있는 그런 조치들을 고민해 주기를 기대한다.
외국의 경우 하루 탐방객 인원의 제한이나, 사전예약,
사전신고제 등을 통해정말 가고싶어 하는 사람은 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음을 참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덧붙여,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연의 훼손은
돌이킬수 없는 훼손을 초래하는 만큼, 지리산 주변에서 행해지는
댐 건설이나 케이블카 건립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한신폭포
가내소폭포
백무동계곡
백무동 주차장에 내려오니 6시 50분경이다.
7시에 인월가는 버스를 타고 인월에 도착, 다시 택시를 타고
운봉과 주촌의 경계 고기삼거리로 가서 차를 회수하여 다시
인월로 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함양을 거쳐 단성으로 나가
거림으로 간다. 거림에 도착하니 10시 경이다.
다시 거림에서 부산으로 오는 도중 잠이 와서 커피를 2캔 마시고
가까스로 부산에 도착하니 1시가 다 되어 간다. 너무 늦어 집에 가려
했는데, <고무신>이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하여 다시 횟집에서
소주를 한잔하고 집에 가니 새벽 4시가 다 되었다.
이번이 마지막 대간길이라고 하였는데,
부득이 한번 더 가게 되었다.
세석에서 천왕봉까지 가면 되니
당일로 갈 수 있는 코스이다.
가볍게 다녀오려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