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폭포수골~심마니능선

오시리스. 2011. 9. 19. 23:35

 

2011. 9.17.~9.18.

 

반선~오룡대~유유교~폭포수골~박영발비트~묘향대~반야중봉(1박)~심마니샘터~심마니능선~반선

 

<척산>, <제임스>, <오시리스>

 

 

아침 5시에 사상지구대에서 <척산>형님을 만나 함양으로 향한다.

함양터미널에 도착하여 <제임스>형님을 만나 뱀사골로 향한다.

일출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8시가 조금 넘어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 길을 따라 오르는데, 길이 많이 바뀌어 있다.

길이 훼손되어 그 옆으로 새 길을 내기도 하였고, 가기 힘든 곳은 막아 놓은 곳도 있다.

지난번 무이파 태풍의 피해이다.

 

자연은 세월이 가면서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인가 했는데, 

변화는 한 순간에 닥치는 것인가 보다. 

큰 변화는 한순간에 찾아오는게 또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금포교에 이른다. 뱀사골에는 유난히 다리가 많다.

금포교~병풍교~명선교~옥류교~대웅교~재승교~무명철교(이끼폭포 들머리)~

무지개다리~무명현수철교~유유교를 차례로 만난다.

 

이끼폭포 들머리에서는 <북설지>와 <진로>를 만났다.

오늘 그들도 함박골로 올라와 심마니샘터에서 하루를 지내기로 하였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막걸리를 꺼내 한잔씩 나눠 마시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오늘 산행지는 폭포수골이므로 유유교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서 우측 골짜기로 들어선다.

계곡 상류의 돌들이 한번에 쓸려 내려와 계곡가를 담을 쌓듯 몰려있다.

계곡은 처음부터 사태지역이 나타나 오르기가 번거롭게 변해 있었다.

 

큰 나무가 뿌리채 뽑혀 계곡을 가로지르듯 널부러져 있다.

상류로 오르니 조금씩 원래의 계곡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도 1,100m 정도 되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회무침에 된장찌게를 끓이고 밥을 하여 반주를 한잔 나눈다. 

1시간 30분간의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에 나선다. 

 

고도 1,300m 부근에 이르자 박영발비트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런 산중에 이런 비트를 만들어 숨어지냈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박영발 비트는 한국전쟁 당시 조선노동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박영발이 53년 10월부터

54년 2월 22일까지 4개월간 사용했던 은신처라고 한다.  

 

이 비트에는 박영위원장 외에 무전사, 여성비서 등 8명이 생활하며,

북한의 지령을 모아 유인물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54년 2월 22일 동굴을 발견한 군경이 던진

수류탄으로 대부분 동굴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비트로 들어서자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에서 보았던 그 사다리가 보인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3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빨치산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였는지 짐작이 간다. 

 

박영발비트를 돌아나와 묘향대로 향한다.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계곡으로 난 뚜렷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계곡상류에서 우측으로 돌아 묘향대로 향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점점 빗방울이 굵어져 급하게 묘향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묘향대 처마밑에 배낭을 벗어 두고 비를 피하고 있으니,

스님이 나와서 맞아주신다. 전에 보지 못했던 덩치 큰 개가 두마리 있다.

20여분 비를 피하고 있으니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물을 3리터씩 지고 반야중봉을 향한다.

얼마가지 않아 비가 다시 내린다. 

오늘이 종착지에 도착해서도 비는 계속내린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텐트를 각자 설치하고 <척산>형님의 텐트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좁은 텐트 안이지만, 그곳에서 고기도 굽고 찌게도 끓여 술을 한잔씩 나눈다.

<척산>형님과 <제임스>형님은 오랜만에 클라식 음악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풀어 놓기에 여념이 없다.

 

술이 다 떨어져갈 무렵 <제임스>형님은 텐트로 돌아갔고,

나도 9시경 텐트로 돌아가 깊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일출은 틀린 것이니 잠이나 더 자자는 생각으로 침낭안에서 뭉기적거리다

날이 훤히 새고서 일어났다.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짐을 챙긴다.

 

심마니샘터로 내려가 <북설지>와 <진로>의 일행을 만났다.

어제 비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다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한다.

커피를 한잔 얻어 마시고, 우리는 갈길을 떠난다.

 

심마니능선으로 가기 위해 가던중 투구봉 못미친 암봉에 이르렀다.

지도를 보니 투구봉 못미친 이 봉우리 근처에서 심마니능선과 달궁능선이 갈라지는 것 같은데,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내가 먼저 길을 나섰는데,

삼거리는 나오지 않고 길이 좌측으로 급하게 꺽인다.

 

다시 지도를 확인해 보니 투구봉 못미친 곳에 삼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도를 세밀하게 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심마니능선으로 가기 위해 되돌아 나온다. 

다시 되돌아 가 삼거리를 확인하고 심마니능선으로 들어선다.

30여분 알바를 한 셈이다.  

 

잃은 시간이 있으므로 부지러히 달려간다.

11시 30분경 라면을 삶아 30분안에 식사를 마치고 다시 달려간다.

산죽이나 나뭇가지에 빗물이 남아 있어 옷과 신이 다 젖어 버렸다.

2시 40분경 계획대로 심마니능선을 내려와 

산행을 시작했던 일출식당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