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

일본 북알프스 산행 둘째날

오시리스. 2011. 9. 6. 15:00

 

2011. 8.29. 월요일

 

후나쿠보고야(2,460m)~식수터~후나쿠보놋코시(2,190m)~후나쿠보다케(2,450m)~후도다케(2,595m)~미나미사와다케(2,625m)~에보시고야(2,520m)

 

 

밤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밖을 나가 보니 결로로 인해 텐트 후라이가 흠뻑 젖어 있다.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일출이 시작될 즈음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일출을 보느라 모두 나왔다. 운해 위를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이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산들이 반대편에 도열해 있다.

보기만 하여도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멀리 다테야마가 구름을 거느린 모습이 멋지다. 

 

식사후 7시경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가 산장을 떠나올때

주인 아저씨가 역시 종을 쳐 준다. 종을 치는 의미는 우리가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낯선 이방인에게 안전을 기원한 이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가 멀리 사라질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 주신 모습에 코끝이 찡해 온다.

사소한 행위에도 이렇게 감동하는 것을 보니 

산행이 힘들어 마음이 여려진 것 같기도 하다. 

 

샘터에 내려가 물을 구해 온다.

급경사길을 내려가니, 한사람이 간신히 서 있을 만한 곳에

식수터가 나온다. 낭떨어지라 떨어지기라도 하면 아주 못올라 올 것 같은 곳이다.

 

오늘 가는 길에는 중간에 산장이 없고, 물을 구할 곳도 없어

이곳에서 점심때 먹을 물과 마실물까지 지고 가야 한다.

2리터가 넘는 물을 배낭에 넣으니 배낭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1시간 30분 만에 후나쿠보 정상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정표가 잘못 표시된 것이고, 진짜 후타쿠보 정상은 이곳에서 다시

1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 

 

진짜 후나쿠보 정상에 도착하니 배가 고파온다.

이곳에서 그냥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하고, 결로가 가득했던 텐트 후라이를

꺼내 햇볕에 말린다. 그외 젖은 장비들도 밖에 내어 놓았다.

 

간간히 이 종주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인들은 에티켓에 아주 민감한 사람들 같은데, 우리의 행위가

다소 마뜩찮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로 한가운데를 점령 하다시피 장비들을 꺼내 놓고

장비를 말리는 경우는 일본에서 별로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젖은 장비를 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기회가 있을때 말려야지...

 

나는 아침에 먹다 남은 밥으로 국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좀 짜게 먹은 듯하다. 산행중 물이 자꾸 먹힌다.

 

이곳에서 후도다케까지는 3시간 30분을 가야 하고,

다시 오늘의 종착지 에보시고야까지는 4시간을 더 가야한다.

아직 총 7시간 이상 산행을 해야 하니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될 성 싶다. 

 

오늘 코스는 산과 산사이의 오르내림이 무척 심하다.

거의 산을 다 내려와 새로운 산을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산길이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일본인들도 이 코스를 그리 많이 다니는 것 같지는 않다. 

산장도 중간에 없고, 산길도 위험스럽고, 산 능선의 왼쪽은

사태지역으로 떨어지면 어디까지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곳이고,

다른 쪽도 절벽에 가까운 급경사이다.

 

그리고 돌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흔들거려서 발을 디딜때

조심해서 잘 디뎌야 한다. 한번은 돌을 잘못디뎌 돌이 뒤집어 지는

바람에 급경사지역으로 굴러서 넘어졌다. 다행히 나무줄기를 잡고

굴러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3시간 정도 걸려 후도다케에 도착했다.

점심은 벌써 소화가 다 되었는지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앞으로 4시간을 더 가야하는데...다소 걱정이 된다.

이제는 가진 물도 얼마 없어 식사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시 1시간 정도 산행을 하는데, <날진>형님이 무척 힘들어 한다.

아마도 탈진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는 듯 보인다. 장거리 비박산행을 하는 경우, 

둘째날이나 세째날 탈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첫날 몸에 남아 있는 잔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이 제대로 충전되지 않으면 둘째날 즈음에 탈진이 일어난다.

게다고 오늘은 물도 부족하니 탈수도 함께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적당한 곳에서 요기를 하고 가야 될 듯하다.

내가 물을 700ml가 있으니, 누룽지를 삶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서가는 <북설지>에게 적당한 곳에서 쉬어가자고 하니,

 

<북설지>는 저 위가 정상 같다고 하며 자꾸 올라간다.

시간상 최소 1시간 30분을 더 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한 것인지

초조해진 것인지 자꾸 올라가려고 한다.

 

  할수 없이 큰소리로 불러 세운다. 

내가 가진 물중 400ml와 <제임스>형님의 물 200ml를 합하여

먹다 남은 밥과 누룽지를 넣어 끓인다.

 

한그릇씩 먹고 나니 그런대로 기력이 회복되는 듯 하다.

<북설지>는 몸상태가 좋지 않아 누룽지를 먹지 못하겠다고 하며,

끓인 물만 한잔 마시겠다고 한다. 

 

<북설지>는 물이 얼마 없다 보니 제대로 물을 

마시지 못해 탈수 증세가 조금 나타난 것 같아 보인다. 

 

이제 누룽지를 한그릇 먹고 나니 조급한 마음도 사라지고,

천천히 다시 오른다. 길가에 산딸기기 눈에 들어온다. 

덜 익은 놈은 쓴맛이 나지만, 잘 익은 놈은 무지 달고 맛있다.

눈이 온통 산딸기 있는 곳으로만 향한다.

 

미나미사와다케를 다와 갈 무렵 공터에서 비박을

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이런 곳에서 비박을 하기엔 다소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곧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너른 마당처럼 생겼다.

 

사방이 탁 트여있다. 이곳에서 일몰이나 일출을 맞이하면 정말 멋질 것 같다.

아마도 저 아래 비박하는 사람은 이 곳에서 일몰과 일출을 감상 것이라 생각하니

부러운 생각이 든다. 능선을 따라 에보시다케로 향한다.

 

산길은 에보시다케로 향하지 않고, 좌측으로 우회한다.

에보시다케는 까마득한 급경사의 봉우리다.

에보시다케 주변에는 저수지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미나미사와다케를 내려서서 에보시다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제임스>형님이 곰이 나타났다고 야단이다. 무슨 곰이 있을까 하고

곰이 나타났다는 곳을 보고 있으니, 제법 덩치가 있는 곰이 성큼성큼

산을 오르고 있다.

 

산중에서 잠을 자다 곰을 마주치면 아찔 할 것 같다.

지리산에도 곰이 있지만 야영객을 덮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무튼 곰이 있으니, 식사후 남은 음식물 관리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저수지에 이르러 잠시 쉬려고 배낭을 내렸는데, 모기가 집중 공격을 해온다.

할 수없이 다시 그냥 가기로 한다. 산 등성이를 넘어 바위에 올라

잠시 쉬려고 하는데 한 50미터 부근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덩치큰 녀석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곰인것 같다. 조용히 그곳을 빠져 나온다.  

 

마지막 오름길이 될 듯한 곳에 이르자 날이 어두워졌다.

랜튼을 밝히고 능선에 올라서니 <제임스>형님이 기다리고 서 있다.

멀리 산장의 불빛이 보인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산장은 너무나 조용했다.

식사를 산장에서 사먹자, 또는 내일 아침을 사먹는 게 좋겠다는 등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산장은 모두 마쳤고, 식사도 안된다고 한다.

 

맥주를 한캔 마시고, 물을 좀 달라고 하니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물을 받아서 야영장으로 내려간다. 몇몇 사람들이 야영중이다.

텐트를 치고, 식사를 준비한다. 간단히 밥과 국으로 식사를 하고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첫 눈을 뜨니 3시 경이다.

밖에 나가보니 어제 보다 더 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빛나고 있다.  

 

 

▼ 종을 쳐 주었던 후나쿠보고야

 

 

▼ 가야할 능선들...중앙부 왼쪽에 뽀족한 봉우리가 야라가다케

 

 

▼ 구름을 거느린 넓직한 봉우리가 다테야마 

 

 

▼ 야영지에서

 

 

 

 

▼ 후나쿠보고야를 떠나며...산장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었음

 

 

▼ 이정표의 오른쪽..끝까지 가야함

 

 

 

▼ 샘터..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야함

 

 

▼ 위에서 본 샘터

 

 

 

▼ 다테야마의 모습...언젠가 한번 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음

 

 

 

 

▼ 가짜 후나쿠보다케...이곳에서 본격적 오름길이 시작됨

 

 

 

▼ 양옆이 절벽인데...다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음

 

 

▼ 정상부엔 나무들이 거의 누워자라고 있음...

 

 

 

▼ 후도다케 정상

 

 

 

 

 

▼ 힘들게 오른 미나미사와다케....이곳에서 맞는 일몰은 정말 멋있을 것 같았음

 

 

 

 

 

 

▼ 저 아래 능선길로 내려서야 함

 

 

 

▼ <북설지>가 곰이 나타났던 자리를 보고 있는 모습

 

 

▼ 평온한 모습의 저수지...이곳에서 잠시 쉬려했지만 모기 때문에 후퇴

 

 

 

▼ 에보시다케로 올라가는 갈림길...우리는 에보시다케를 우회하여 산장으로 감

 

 

▼ 야영장의 모습

 

 

▼ 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