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봉골~연하북릉
2011. 6. 18 ~ 6. 19.
백무동~인민군사령부터~창암사거리~칠선폭포~제석봉골~제석봉(1박)~장터목대피소~연하봉~연하북릉~가내소폭포~백무동
<척산>, <설천>, <오시리스>
지리산 칠선계곡은 원시미를 간직한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대를 가득 안고서 가 보게 되는데, 실제 그런 느낌은 잘 받을 수 없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 칠선계곡의 대륙폭포골을 가보고서야
왜 사람들이 칠선계곡을 으뜸으로 세우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전에 내가 가 본 칠선계곡은 칠선계곡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코끼리 다리를 보고 벽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폭골도 가보고, 대륙폭포의 좌우 계곡도 두루 가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남은 마지막 계곡이 제석봉골이라 이번에 제석봉골로 향한다.
하산코스를 연하북릉으로 하기 위해 들머리를 백무동에서 시작한다.
다샘팬션 뒤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니 몸이 달아오를 즈음 인민군사령부터가 나타난다.
대나무밭을 지나 40여분 오르자 창암능선에 이른다.
이곳에서 아침식사겸 간식겸 막걸리 한병으로 목을 축인다.
<설천>님은 비박배낭을 처음 매고 온 지라 무척 힘들어 하시는데,
그래도 뒤 처지지 않고 곧 따라 오신다.
다시 계곡을 내려서는 길을 가는데,
너덜길 사면을 타는 길의 모양새가 전형적인 빨치산 루트다.
아마도 빨치산들이 이 길을 쌀 가마니를 지고 걸어갔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능선을 다 내려올 즈음 들리는
칠선계곡의 물소리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 그런 저런 상상을 하며 걷는다.
다시 칠선폭포에 도착했다.
언제 보아도 정겹고, 변함없는 모습이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대륙폭포도 보고 온다.
역시 예전 모습 그대로다.
변화무쌍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런 모습이 참 좋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제석봉골을 오르게 된다.
시작부터 오름길이 미끄럼고 확보물이 애매해 로프를 한번 사용하게 된다.
계곡 좌우로 길이 이어지다가
어느새 끊어져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 치고 오르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고도를 높여간다.
국골처럼 다양한 소폭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으나,
곳곳에 너럭바위, 암반, 이끼된 바위, 쓰러진 고목 등이 길을 가로 막고 선다.
대륙폭포에서 1시간 30분만에 폭포에 도착했다.
제석봉골에서 제법 폭포다운 폭포다.
물이 좀 많으면 볼만 하겠는데...
함박꽃나무
고도 1500에서 식수를 확보한다.
3리터에 이르는 물을 채우니 배낭이 묵직해 졌다.
계곡 상류에 이르자 길은 사라져 버렸다.
계곡에도 덩굴과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오르기 힘들고,
좌우로 길을 찾아 보지만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갈 만한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서고
바로 갈수 없으면 돌아서고 하면서 조금씩 오른다.
<척산>형님이 갑자기 뒤로 넘어져 버린다.
잔가지가 많은 곳을 힘으로 밀어 붙였는데
나무의 반동으로 뒤로 밀려 벌러덩 넘어진 것이다.
길이 없다 보니 서로 마음이 급해져서 서두르다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조금 쉬었다가 천천히 다시 오른다.
드디어 제석봉의 푸른 초원지대에 도착했다.
지도상의 비박지에 도착하니 텐트를 1동 밖에 칠 공간이 없어
조금 더 위로 오르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넓직한 곳이라 텐트 3동을 충분히 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늘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백무동에서 이곳까지 10시간이 걸렸다.
아침식사 중인 <척산>형님
연하봉 정상에서
연하북릉은 전에 한번 내려온 기억이 있다.
길은 전체적으로 잘 나 있고, 어려운 구간도 없다.
다만, 중간에 전망대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다시 백무동계곡을 내려와 계곡에서 몸을 씻고
사랑방에 들러 국수로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부지런히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