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트레킹 3일차(11.1)
2010.11.1.
고라빠니 데우랄리~데우랄리 패스(3090)~반탄티(3180)~타다빠니(2630)~콤롱(2255)~킴롱(1800)
오늘 아침날씨는 깨끗하고 맑은 편입니다.
아침식사로 간단히 누릉지를 끓여 먹고,
푼힐전망대와 다울라기리 연봉이 바라보이는 언덕을 오릅니다.
데우랄리 패스에서 잠시 쉬면서 블랙티를 한잔 마십니다.
블랙티가 고산병에 좋다고 하니, 틈만나면 먹고싶어 집니다.
이곳에서 계산착오로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이 집의 딸이 총명하여 계산을 잘 마무리하고 나올수 있었습니다.
앞쪽에 한무리의 포터들이 지나가는데 지고가는 짐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대개 카고백 두개에다 본인의 배낭까지 묶어서 지고갑니다.
그리고 어떤 포터는 코펠버너에 식탁까지 지고서 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머리끈으로 물건을 지는데 참 힘겨워 보입니다.
목뼈가 성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다빠니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입맛이 맞질 않아 감자와 계란를 시겼는데 감자맛이 이상하여 <제임스>님께 물어보니
썩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감자를 먹어 보니 기름냄새가 심하여 다시 물어보니
아마도 기금통 옆에다 보관을 했는지 기름냄새가 많이 난다고 합니다.
야채가 부족해 양배추를 시켜서 먹기로 하는데,
나는 삶아서 먹자고 하고, <제임스>님은 날것으로 먹자고 합니다.
식성이 모두 제각각이니 어느 것 하나 통일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섭니다. 다시 정글길로 접어 듭니다.
다른 포터들에 비해 우리 포터들의 짐은 17키로 미만이었으니 아주 양호한 편입니다.
그래도, 내가 지고가야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그리 마음편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좀 편하지고 가져온 물건들이 포터에게는 삶의 무게로 돌아가고
다시 그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은 나의 마음을 편하지 못하게 합니다.
포터는 네팔에서 고소득 직업에 속하고, 나는 그들에게 일을 주었다라고 생각하지만
힘들어 하는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트레킹을 온다면, 포터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보아야 될 것 같습니다.
또한, 포터를 사용할 경우에는 고용주로서 포터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그런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포터의 건강상태나 컨디션도 고려해 가며 산행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의 포터들은 모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타다빠니에서 또 한번 산행코스 때문에 이견이 발생합니다.
여행사를 따라 가면 이런 산행코스 및 일정에 관한 문제는 애초에 발생할 여지가 없겠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 각자의 의견이 서로 다를 경우
의견의 일치를 본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조금 양보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 않습니다.
다시 오지 못할 길이기에 제대로 가고 싶은 욕심 때문이지요.
결국 지도에 나와 있는대로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트레커들은 츄일레로 가는데 우리는 "혼자가지 마라"는 경고문이 있는
정글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길은 점점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마치 지리산의 비지정등로를 걷는 느낌이 듭니다.
사면을 돌아 계곡을 몇개 건너면서 멀리 츄일레와 구중마을이 보입니다.
지도상에 표시된 콤롱에 도착했지만, 이곳에는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못되니
킴롱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급경사 내르막을 내려가 계곡을 건너서자
마당엔 메리골드라는 꽃이 가득한 아담한 시골의 롯지에 도착합니다.
이곳 주인은 오랜만에 손님을 맞았는지 아주 반가운 기색입니다.
샤워를 하겠다고 하니, 그 집 딸이 물을 데워 따뜻한 물을 한통 가져왔네요.
덕분에 땀으로 범먹이된 몸을 깨끗이 씻을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는 우리밖에 없어 스팸찌게를 만들어 오랜만에 맛난 저녁식사를 먹었습니다.
이날 이곳 롯지에서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 다울라기리
▼ 포터 <수거든>과 <북설지>
▼ 데우랄리 패스에서
▼ 무거운 짐을 진 포터들
▼ 밥상까지 지고서
▼ 네팔의 달력. 아라비아 숮자가 다릅니다.
▼ 잘 정돈된 롯지의 부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