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회차 (진부령~미시령)
백두대간 1회차 산행
2010.10.2
진부령(6:30)~마산봉(08:30)~대간령(큰새이령)(10:30)~신선봉(12:30)~상봉(13:55)~미시령(17:40)
(산행시간 11시간 10분, 알바 3시간 45분)
진부령에서 미시령까지 도상거리 15.6㎞
설천, 고무신, 오시리스
백두대간 첫 출정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백두대간팀이
첫 출정을 위해 금요일 저녁 11시에 가야역에서 만났다.
가야역을 출발하여 백양산터널을 지나 부산대구 고속도로로 달려간다.
중간중간 잠깐씩 쉬면서 홍천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인제를 지나 미시령휴게소로 향한다.
미시령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할 계획이었는데
휴게소 문은 굳게 닫혀있고, 식수조차 구할 곳이 없다.
할 수없이 가지고 온 얼마 안되는 식수를 모아 아침밥을 짓고, 찌게를 만든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 진부령으로 간다.
진부령... 이곳은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이 남한에서 시작되는 곳이다.
고무신은 산행시작이 늦었다고 흘리마을로 가는 길을 따라 가자고 한다.
시작부터 땡땡이 치는 것 같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밤잠을 자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흘리 마을로 가기로 한다.
마을에서는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개들이 덩달아 짖어댄다.
개짖는 소리를 뒤로하고 오르니 대간길을 만나게 되고,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오르막을 오르며 땀이 날 즈음 설천님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산행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결국, 산행은 고무신과 나 두사람이 하게 되었다.
오르막을 한피치 오르고 나니 곧 마산봉이다.
마을의 아침 풍경은 참 고요해 보인다.
마산봉에서 큰새이령까지는 능선길 같지 않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큰새이령은 대간령이라고 하는데 한자표기와 우리말 표기인 듯 생각된다.
큰새이령에서 작은새이령 방향으로 3분정도 내려가면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이곳에서 물을 보충하고, 다시 올라와 잠깐 쉬어가기로 한다.
이제 신선봉으로 간다.
1시간 반은 꼬박 걸아야 하는 거리이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너덜로 산행 속도가 더디다.
날씨만 좋다면 조망이 끝내 줄 것 같은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조망은 별로 없지만 운무 가득한 산길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큰 바위암봉을 우회하여 지나니 본격적인 신선봉 오름길이 이어진다.
신선봉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다.
이곳에서 잠시잠깐 보여주는 동해바다의 조망이 시원스럽다.
그리고, 가야할 상봉의 모습이 운무가 가렸다 보이기를 반복한다.
이 곳 암봉에서 그냥갈 수 없어 정상주를 한잔 나눈다.
떠나기 싫은 곳이지만 땀이 식어 버리자 곧 한기가 느껴진다.
헬기장으로 내려서 너덜길을 건너 상봉으로 향한다.
상봉으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 오르막이 심한 곳이다.
힘들게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니 돌탑이 나타나고 상봉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미시령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서 미시령까지는 20분내지 30분 안에 갈 수있는 거리다.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가니 샘터가 나타난다.
직진방향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고 좌측으로 뚜렷한 길이 나 있다.
좌측으로 내려 섰다. 조금 뒤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미시령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아무런 의심없이 이 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길이 자꾸 동쪽으로 치우친다. 조금뒤 고무신이 길을 잘못들었다고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가다가 샘터까지 못가서 고무신은 우측 사면을 째자고 한다.
나 역시 그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하자고 하였는데, 길이 무척 가파르고 땅은 퍼석거려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사면을 몇 구비 돌았는데도 미시령은 보이지 않는다.
계곡으로 내려서려고 보니 바위에 이끼가 많아 상당히 미끄럽다.
잘못하다 미끄러지게 되면, 어디까지 굴러내려갈지 모르는 급경사 계곡이다.
지리산 계곡은 이렇지는 않는데....겁이 덜컹 난다.
조심조심 사면을 또 몇차례 돌고 보니 멀리 맞은 편 산자락에 차도가 보이는데
미시령 옛길로 생각된다. 저 길이 미시령으로 이어진 길일 것이다.
이제 비가 제법 많이 오기 시작한다.
알바를 시작한지 한시간 반쯤 지난 것 같다.
다시 몇차례 사면을 돌자 멀리 미시령 입간판이 보인다.
직선거리로는 도저히 갈수 없고 미시령 뒷면 능선의 안부로 가면 될 것 같은데
안부까지의 거리가 최소 200미터 이상은 되어 보인다. 잡목을 헤치고 가기는 너무 먼 거리이다.
할 수없이 능선으로 다시 올라서기로 한다.
20여분 비를 맞으며 나뭇가지를 헤치고 오르니 암봉에 다다른다.
다시 암봉에서 미시령 방향을 살펴보니 멀리 능선위로 길이 잘 나있다.
능선 오른쪽에 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니
10분정도 뒤 등산로를 만난다.
길을 따라 미시령에 도착하여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비로소 몸에 한기가 가신다.
원래 오늘 저항령까지 가야 하는데, 산행을 포기하고 속초로 가서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는게 좋을 것 같아 속초로 향한다.
방을 잡아 놓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이 비를 맞고 저항령에서 안간힘을 쓰며 비박을 했었을 것을 상상해 보니
차라리 오늘 알바가 우리를 살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속초 동명항에서 생선회를 안주로 소주 한잔하며
백두대간 1회차 산행을 마무리한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준비해 먹고
다시 미시령으로 가서 알바장소를 확인하고
진부령을 다시 돌아보고, 한계령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 왔다.
오는 길에 점심으로 짜장면 한그릇 먹으려고 하다
짜장면집이 없어 영덕까지 내려와서 칼국수로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