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도장골과 일출봉 능선

오시리스. 2010. 4. 9. 14:53

산행일 : 2008.10.4. 토요일

산행지 : 거림-와룡폭포-1413봉-일출봉능선-중산리버스정류장

동행자 : 산악회를 따라 안해와 함께

산행일정

 10:30  거림주차장

 11:00  이영회부대 아지트

 13:08  와룡폭포

 14:30  점심식사

 16:10  문회장님과 만남

 16:50  1413봉

 20:00  천왕사 부근

 20:50  중산리 버스주차장

 

이번 주는 산악회 버스를 이용해 산행을 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안해와 함께 산행을 하기로 하는데,

산행코스 잡기가 좀 어렵다. 들머리는 거림이고,

날머리는 중산리 주차장이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갔다오기는 빠듯한 시간이고,

도장골로 올라 와룡폭포에서 1413봉으로 올라 법천폭포로

하산하는 코스를 생각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1413봉부터는 초행길이라 걱정은 되지만 하산길이니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큰 착오가 발생했다>

 

조용조용 길상암을 지나 도장골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다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서 부터는 계곡으로 바로 오른다.

 

군데 군데 표시기가 있지만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것 같다. 

다시 계곡 오른쪽 산길을 따라 오르니 곧 와룡폭포에 도착한다.

폭포의 물줄기는 그리 시원스럽지 못하다.

 

폭포 위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칠 즈음 인기척이 들린다. 비박짐을 멘 대여섯분들이

폭포 하단부에서 식사를 할 모양이다. 얼핏보니 <청탁불문>님과

비슷하다.

 

큰소리로 부르니 대답을 하신다. 폭포를 내려가 <청탁불문>님과 

인사를 나누고 권하는 술도 한잔 마신다. 음양수에서 하루를 보내시고

청학연못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라 하신다.

 

갈길이 멀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먼저 길을 나선다. 와룡폭포의 

오른쪽으로 오른다. 희미한 너덜길이다. 너덜길이 다소 위험하다보니

안해의 산행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1413봉 못미쳐 문회장님을 만났다. 일출봉에 갔다가 능선으로 하산하는

길이라 하신다. 회장님을 따라 내려가니 슬슬 하산길이다. 아직 1413봉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다시 길을 잡아 분기봉으로 되돌아 올라갔다. 이곳에서 일출봉능선으로 간다. 

문회장님이 일출봉능선에서 법천폭포로 내려가 보았는데, 길도 없고 두시간 정도

소요되었다고 하시면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중산리 주차장으로 가는 능선길이

있다고 하신다.

 

나는 초행길이고 안해와 함께한 상황이라 회장님을 따라 가면 무탈하게 하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회장님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일출봉 능선을 가는 도중 해가 저물어 간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회장님은 8시쯤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일행들에게 알리고

부지런히 내려간다. 그런데도 고도는 1,300내지 1,200 근처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어둠이 내리고 부터는 안해는 무척 힘들어 한다. 산죽으로 이어진 능선길에서         

내가 조금만 떨어져도 안해는 뒤에서 누가 잡으러 오는것 마냥 무서워한다. 천천히 안해와 보조를

맞추며 하산한다.

 

앞장서 가시는 문회장님은 혹여 뒤따라 오다 길을 놓칠세라 갈림길이나 애매한 곳이 있으면

나를 기다렸다 내가 도착하면 다시 출발하신다. 그렇게 하산길은 더디게 이어졌다.  

 

산죽밭을 헤치고 지나는데 갑자기 왼손 팔뚝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진다.

무엇인가에 쏘였다. 풀쐐기 정도로 생각된다. 

 

한참으로 내려오니 고도 700정도이다. 이곳에서부터 고도가 더욱 급하게 떨어진다.

600정도면 거의 다 내려온 것 같은데 고도 550밑으로 내려왔는데도 아직도 한참 산중이다.

 

중산리 주차장 방향으로 꺽이는 지점에서 방향을 놓치고 계곡으로 떨어진 것이다.

결국 계곡의 잡목숲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

 

잡목을 헤치고 가자니 뒤따라올 안해가 걱정이 되고,  길을 찾아 가자니

어두운 계곡 안이라 희미한 랜튼 불빛으로는 어렵다. 

 

문회장님이 밭으로 오르기 위해 계곡 근처에 쌓아놓은 석축을 오르려고

올라가니 산초나무를 가득 심어놓아 헤치고 나아갈수가 없다.

다시 되돌아 나와 내려왔던 계곡을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30여분 이상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데 문회장님께서 ...길을 찾았다...고 외친신다.

안해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제서야 갈증이 느껴져 계곡물로 갈증을 달래고

 길을 따라 내려온다. 

 

인공으로 조성한 나무숲을 지나오자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문회장님은 미안하니 버스가 보이면 뛰는척 하자 하시는데

안해의 상태는 걷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매번 지리산에 올때마다 이리 고생을 시키니... 

아마도 지리산엔 다시오지 않으려 할지도 모르겠다.

 

냇가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차장으로 가니, 두시간 전에 부산으로

출발했어야 할 버스가 아직도 출발하지 못하고 중산리 주차장에 서 있다.

황금같은 시간을 두시간씩 버스에서 기다리게 한 것이 무엇보다 죄송스럽다. 

.....

 

.

.

집에 돌아오니 팔에 쏘인 자리는 다음날이 되니 어깨 밑에서부터 손가락까지

퉁퉁부어 버렸다. 병원에서 주사맞고 나니 다음날부터 서서히 가라앉는데

아직도 부기가 다 빠지지 않았다. 아마도 나를 쏜 것은 풀쐐기가 아니라

말벌쯤 되는것 같다.

 

안해는 아직 다리가 모여 제대로 걷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