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리산 태극종주(인월 덕두봉에서 덕산 시무산까지)

오시리스. 2010. 4. 9. 14:30

다녀온 날 : 2006.9.29부터 2006.10..2까지(3박4일)

다녀온 곳 : 지리산 태극(인월에서 덕산)

함께한 분 : 날진님과 둘이서

산행시간 : 50시간 10분

산행일정

2006. 9.29.(첫째날, 산행시간 12시간)

 03:30 해운대 출발

 05:40 인월

 06:40 흥부골휴양림

 06:48 산행시작

 08:18 덕두봉

 08:58 바래봉

 09:47 팔랑치

 10:35 부운치

 11:36 세동치

 12:17 세걸산

 14:07 고리봉

 14:35  휴식

 15:10 정령치 휴게소

 16:43 점심식사

 17:53 만복대

 19:46 작은고리봉

 20:20 성삼재

2006.9.30.(둘째날, 11시간 40분 )

 04:00 산행시작

 05:01 노고단대피소

 06:16 휴식

 07:32 임걸령

 08:54 삼도봉

 09:10 뱀사골대피소 

 11:22 아침식사

 12:21 토끼봉

 13:44 연하천대피소

 15:35 벽소령대피소

 16:44 점심식사

 17:50 선비샘

 20:14 세석대피소

2006.10.1.(세째날, 산행시간 15시간)

 06:55 산행시작

 07:13 촛대봉

 08:27 장터목대피소

 10:03 아침식사

 10:59 천왕봉

 12:05 중봉

 12:26 하봉헬기장

 14:30 청이당터

 16:00 점심식사

 16:31 독바위

 17:11 새봉

 17:58 새재갈림길

 19:04 왕등재 습지

 19:45 휴식

 22:50 동왕등재(깃대봉)

 00:55 도토리봉

 01:35 밤머리재

2006.10.2.(네째날, 산행시간 11시간 30분) 

 09:06 산행시작

 10:02 헬기장

 12:10 웅석봉

 14:40 점심식사

 17:50 수양산갈림길

 20:18 743봉

 21:25 수양산

 22:25 시무산

 22:59 덕산교

 

 

<프로로그>

 

인월에서 덕산까지 구간을 3박4일 일정으로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입술은 부르텃고, 발바닥은 물집 잡히고, 어깨는 뻐근하지만 컨디션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작년 태극종주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과연 어떤 사람들이 그런 무모한

산행을 할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산행은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인데, 너무 무리해서 결과적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면 그런 산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말이지요.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 역시 종주산행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올해 초 9월말경 태극종주를 하겠노라 

대략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멀게 느껴졌던 그날이 다가와 버렸습니다. 

 

평소 함께 지리산을 자주 다니는 날진님과 제임스님에게 연락을 해 같이

가기를 청해 보지만 각자의 일정으로 선뜻 나서질 않습니다. 결국 혼자라도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배낭을 꾸려 보았지만, 배낭무게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듯하여 식량은 가급적 휴게소 등 현지 식당을 활용 하기로 하고 배낭

패킹을 해 보니 18키로그램 정도 됩니다. 

 

산행 이틀전쯤 날진님이 함께 종주산행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나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초보산꾼인 내가 그것도 태극

종주를 한답시고 나서니 보기에 좀 걱정스러워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들머리인 인월까지의 교통편은 날진님의 친구분이 해결해 주기로 했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산행 출발을 기다립니다.

 

<산행 첫날> 

 

새벽 3시 30분 집을 나서 5시 40분경 인월에 도착합니다. 근처의 식당에서

추어탕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흥부골휴양림에 이릅니다. 구인월 마을회관

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이미 지나쳐 버린 듯 보입니다.

 

7시 10분전 쯤 흥부골 휴양림에서 태극종주의 막을 올립니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첫 봉우리 덕두봉에 도착합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조망은 별로 였지만 선선한 기운이 산행하기는 좋은 날씨입니다.

 

다음 바래봉을 지나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식수를 보충합니다. 서북능선은

철쭉이 많아서 그런지 가시가 많아 긴옷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팔랑치,

부운치를 지나 세동치에 이르자 서서히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점심식사는 정령치에서 매식을 하기로 하고 간단히 빵으로 간식을 하고

산행을 계속합니다. 빨리 도착하여 시원한 동동주를 한잔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고리봉까지 쉬지 않고 달려 갑니다.

 

고리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정령치로 내려가니 상점 문이 닫혀 있습니다.

기대했던 동동주는 고사하고 식수조치 구할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휴게소 뒷편으로 돌아가니 언제적 물인지 모르지만 파란통에 물이 담겨져

있습니다.

 

내키진 않지만 그 물이라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물로 라면을 

삶고 있는데, 주차장 부근에서 큰 물통의 물을  버리려 하는 사람이 있길래

큰소리로 불러 간신히 식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충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만복대로 향합니다. 1시간 10분정도 지나자

만복대에 도착됩니다. 만복대 억새와 부드러운 능선을 한동안 감상하고

묘봉치로 향합니다. 만복대 샘터를 한번 확인해 보았으면 했지만, 시간관계상

다음으로 미루고 작은 고리봉까지 나아갑니다.

 

가는 도중 점점 힘이 빠지고 배도 아프기 시작합니다. 성삼재까지는 가야

그곳에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힘을 다해 성삼재를 햡합니다.

8시 20분경 성삼재에 도착하지만 성삼재는 아무도 없고 바람만 휑하니 불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한순간 무너지고 결국

"화장실 물이라도 받아 식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컨디션이 별로입니다. 으슬으슬한 것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순간은

그저 따뜻한 방이 그리울 뿐입니다.  

 

할수없이 뱀사골로 내려가기로 하고 뱀사골 **식당에 전화를 해 사정

이야기를 하고 차를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뱀사골로 내려가 된장찌게로

식사를 하니 배아픈 것은 씻은 듯 나아지고 정신도 맑아 집니다. 아마도

먹은 것이 없어 탈진했었던 것 같습니다.

 

지리산 부근의 휴게소는 절대 믿어서는 안됩니다.식수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특히 정령치는 장사를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산행 둘째날>

 

새벽 3시에 일어나 서울에서 지리산 종주를 위해 성삼재로 가는 버스에

신세를 지고 4시경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곧바로 노고단을 향하여 갑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산님들이 종주산행 준비에 부산합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1시간 남짓 머물다 6시 15분경 산행을 시작합니다.

주능선에 줄을 서서 가는 듯 많은 산님들이 북적입니다. 비교적 사람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뱀사골 대피소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대피소로

갑니다.

 

주능선은 벌써 추색이 완연합니다.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대피소에 이릅니다. 대피소에서 밥과 국을 준비해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반주까지 곁들이다 보니 식사시간이 다소 길어 집니다.

 

어제 부실하게 먹고 탈진한 경험이 있기에 식사는 가급적 충분히 먹어

둡니다. 토끼봉 오름길에서 힘을 한번 빼고, 연하천 대피소를 향해 갑니다.

곳곳에 곱게 물든 단풍과 야생화가 눈길을 서로 달라 야단입니다.

 

사진을 몇 장 찍어 봅니다. 접사실력이 바닥이라 그리 기대하진 않지만

실수로 잘 나올 수 있으니...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니 인산인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오래 머물수 없는 

형편이기에 복숭아 통조림으로  간식을 하고 산행을 계속합니다. 3시 30분경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최소한 세석 이상은 가야 하겠기에 바쁘게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산행에 나섭니다. 늦은 시간이라 벽소령 산장은 많은 산님들로 비박자리

경쟁이 치열합니다. 우리는 세석을 향해 갑니다.

 

5시 50분경 선비샘에 도착합니다. 최근에 청소를 해서 그런지 주위가 깨끗

합니다. 곧 어두워 질 것이므로 잠자리를 위해 제임스님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세석산장 부근의 비박지를 알려 줍니다.

 

8시가 넘어 세석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대피소에 들러 식수를 확보하고

비박지에 텐트를 치고나니 9시가 훌쩍 넘어 버립니다. 충분히 확보한

시원이로 신나게 마시려 했는데 너무 추워서 조기 마감하고 11시경 잠자리에

듭니다.  

 

< 산행 셋째날>

 

6시경 일어나 산행준비를 마치고 7시경 홀로 먼저 산행을 시작합니다.

세석산장의 분주한 풍경을 뒤로하고 촛대봉을 오릅니다. 하늘의 구름이

멋있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은 천왕봉을 가는 날입니다. 촛대봉에는 몇몇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촛대봉을 돌아서자 눈앞에 천왕봉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천왕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갑자기 코끝이 찡해 옵니다.

 

오랜 친구를 갑자기 만난 듯한 느낌이었는데....

천왕의 모습은 변함없는 친구의 모습...아님 그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천왕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습니다.

바바람이 몰아쳐도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변함없이 그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신뢰이지요...신뢰하기에 그립고, 그래서 만나면 반가운

것 같습니다.

 

천왕봉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갑니다. 어느때 보다 힘든 발걸음 이지만

천왕을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래입니다. 10시 30분경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하고 제석봉을 향해 나아갑니다. 통천문을 통과하면서

천왕에 대한 예를 올리고 곧 천왕봉 앞에 섭니다.

 

많은 산님들로 정상석은 무척 바쁩니다. 모델료를 받으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운무로 인해 그리 시원스럽지 않지만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이 좋습니다. 이제 천왕과 작별을 하고 중봉으로

향합니다.

 

12시경 중봉을 지나 하봉헬기장, 하봉 영랑대 그리고 청이당터로 갑니다.

국골사거리 못미쳐 옛길을 따라 청이당터로 가 보기로 하는데 가는 길이

다소 희미한 곳이 더러 있습니다. 곳곳에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곳이 눈에

띕니다.

 

청이당터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식사를 합니다. 식사후 4시경 다시 산행을

합니다. 그곳에서 부부산님으로부터 사과를 지원받고 내가 먼저 자리를 뜹니다.

곧 독바위를 만나게 되는데 한 10분 정도 알바를 합니다. 독바위에서 새봉방향을

확인하고 좌측으로 가야합니다. 직진방향은 독바위로 올라서거나 아니면 길이

없어집니다.  

 

새봉에 이르러 잠시 숨을 돌리고 진행방향으로 나아갑니다. 6시경 새재

갈림길에 도착됩니다. 곧 날이 어두워지고 잡목과 산죽으로 길 찾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7시경 날진님과 만나기로 한 왕등재 습지에 도착합니다.   

 

왕등습지에서 사과를 먹습니다. 평소 과일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 사과는

참 맛이 있습니다. 큰 사과 하나를 순식간에 먹어 치웁니다.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불안한 마음에 크게 소리쳐 부르니 왕등재 정상쪽에서

대답이 들려옵니다. 

 

안부에서 우측으로 붙어야 하는데 직진하여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 버린 듯

합니다. 다시 방향을 바로잡아 날진님과 합류합니다. 이제는 동왕등재로 가야

합니다.   

 

체력도 떨어진데다, 야간산행을 하자니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2시간

거리를 3시간 걸려 도착합니다. 이제는 도토리봉을 향합니다. 도토리봉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이 지쳐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왕등재에서 또다시 2시간 걸려 도토리봉에 도착합니다. 밤 12시 55분

입니다. 결국 새벽 1시 30분쯤 밤머리재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정말 기나긴  하루였습니다. 

 

<산행 마지막날>

 

 밤머리재에서 식사를 하고  9시가 조금 넘어 산행을 시작합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웅석봉에 도착합니다. 달뜨기능선 이후에는 식수를 구할 곳이

없으므로 웅석봉 샘터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이제 곧 끝이 난다는 생각에 여유가 생깁니다. 여유

롭게 식사를 하고 2시 40분경 다시 산행에 나섭니다. 달뜨기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오른쪽 천왕봉의 모습을 간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두곳의

전망대에서 지리산 동부를 조망할 수 있지만 뿌연 개스로 그리 시원스럽지는

못합니다.

 

5시 50분경 수양산 갈림길인 926봉에 도착합니다. 수양산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니 작은 지계곡을 건너는 쪽으로 표시기들이 붙어 있습니다. 계곡을

건너면 안된다는 생각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926봉으로

되돌아 올라가 능선길을 찾아 보지만 능선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산길은 지능선을 따르다 작은 지계곡을 건너 수양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다시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 지계곡을 건너 능선으로 오르니

생각했던 대로 수양산 능선으로 붙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수양산

능선 길을 막고 작은 지계곡을 건너는 쪽으로 나무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40분 정도 길찾기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부터는 야간산행이 시작되며 표시기를 따르기로 합니다. 8시 20분경

743봉에 도착합니다. 743봉 하산길은 깍아지른 된삐알이라 하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9시 25분 수양산에 도착하고 10시 25분 마지막 시무산에 도착

합니다.

 

이제 모든 봉우리를 다 지나 왔습니다. 11시경 날머리인 덕산교 앞에 도착

됩니다. 다리건너 슈퍼에서 맥주 한잔을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아

봅니다.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택시를 타고 진주로 가서 버스편을 알아 보았지만

막차를 놓쳐 택시로 부산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돌아오니 무사히 돌아온

내가 반가웠는지 안해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새벽2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합니다.

3박 4일간의 종주길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좋은 추억꺼리로 남을 것 같습니다. 

 


     ▲ 구절초 군락

     ▲ 만복대에선 오시리스

     ▲ 만복대 억새군락

     ▲ 아쉬운 일몰. 이제 곧 어둠이 내립니다.

     ▲ 반달

     ▲ 애기똥풀

     ▲ 이슬맞은 산죽

     ▲ 아침 햇살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 단풍나무

     ▲ 연하천 가는길

     ▲ 연하천대피소 풍경

     ▲ 가을길

     ▲ 곱게 물든 단풍잎

     ▲ 세석산장 아침풍경

 

     ▲ 촛대봉 사람들. 사진찍는 사람들의 자세가 재미있습니다.

     ▲ 천왕봉의 위용

 

     ▲ 장터목대피소. 멀리 반야봉이 구름 무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 제석봉

 

     ▲ 단풍과 운무

     ▲ 천왕봉 사람들

 

     ▲ 중봉으로 가면서

      ▲ 고사목

      ▲ 독바위

     ▲ 새재갈림길

     ▲ 웅석봉으로 가면서 본 천왕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