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포기한 이끼폭포...실패한 불무장등...

오시리스. 2010. 4. 9. 14:27

다녀온 날 : 2006. 7. 15 (토) ~ 2006. 7. 16 (일)

다녀온 곳 : 반선-뱀사골-화개재-삼도봉-반야봉-중봉(1박)-삼도봉-불무장등앞 갈림길-직전마을

같이간 분 : 홀로 시작하여 반야중봉에서 제임스님과 조우후 불무장등 서쪽능선으로 함께 하산

산행일정

 05:10  해운대 출발

 07:00  함양행 시외버스 승차

 09:00  함양도착

 09:15  인월행 구내버스 승차

 09:32  인월도착

 09:50  택시로 반선으로 이동

 10:00  산행시작

 12:12  제승교

 13:15  이끼폭포를 찾아 올랐다가 포기하고 후퇴

 15:30  뱀사골대피소

 16:10  점심식사

 17:40  반야봉

 18:00  반야중봉

 08:15  다음날 산행시작

 08:57  삼도봉 앞 우측갈림길로 진입

 11:53  sk텔레콤 피아골기지국

 12:00  직전마을 도착

 13:45  화개터미널에서 부산행 승차

 14;20  하동터미널

 16:20  사상터미널

 17:30  해운대 도착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삼일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태풍 에위니아 이후

또다시 태풍이야기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연휴기간 내내 많은 비가 올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일기예보가 으례히 다소 엄살끼가 있으니 비가 오더라도 그리 많이 오지 않을 것이라 위안하고

산행을 준비합니다.

 

출발전날 승진축하 자리에 끼여 술을 1차 하고 오니 알딸딸 한 것이 정신이 몽롱하여 배냉패킹이

쉽지 않습니다. 우중에 하루를 산에서 묵으려니 제 배낭(50리터+10)으로는 용량이 한계에 이릅니다.

이것저것 장비를 좀 줄여 패킹을 마치고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지하철 첫차를 타야 남원행 첫차를 탈 수 있는데 한 20분 늦어 버렸습니다. 기왕지사 늦은

마당에 터미널에서 국수한그릇 말아 먹고 7시에 출발하는 함양행 직행버스를 타고 9시 함양에 도착

합니다. 다시 9시 15분 인월로 가는 구내버스를 타고 인월에 도착하니 9시 32분. 인월에서 반선가는

버스는 방금(9시 30분) 전에 출발했답니다. 다음 버스는 11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할수없이 택시로

반선으로 갑니다(택시비 13,000원).    

 

반선에 도착하여 10시경 길고 긴 뱀사골 계곡으로 들어 갑니다. 콘크리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행차림을 좀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벌써부터 비가 내리면 곤란

한데....우의를 입고 조금 오르니 지나가는 비였는지 다행히 빗방울이 가늘어 졌습니다.

 

땀을 두어번 쏟아 내고 나니 몸이 편안해 지는 듯 합니다. 땀이 쏟아질때의 이런 카타르시스를 위해

산을 오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쉬며 땀을 식히고 오르니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다른 모든

소리를 삼켜버릴 듯 우렁차게 들립니다.

 

계곡의 물소리를 벗삼아 오른지 2시간 넘어서자 제승교에 이릅니다. 제임스님과 반야중봉에서

만나기로 하였기에 나는 뱀사골에서 이끼폭포와 묘향대를 거쳐 반야중봉으로 간다고 말해 두었

으므로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 제승교를 건너 우측으로 이끼폭포 방향으로 오릅니다.

 

예상외로 길이 미끄럽습니다. 초행길이라 들머리에 관한 자료를 다시 읽어보고 찬찬히 지형을 대조

해 보지만 계곡에 있다보니 산길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능선으로 붙으면 된다

싶어 계속 올라갑니다.  

 

한 30분쯤 오르다 내려오시는 산님 세분은 만납니다. 이끼폭포에 대해 물으니 지금 물이 불어 계곡을

건너기도 어렵고 산길도 빗물이 뭉게진 곳이 많아 특히 혼자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십니다. 

 

초행길인 데다 산길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표시기 하나 보이지 않는 계곡을 따라 혼자서

이끼폭포와 묘향대를 거쳐 반야 중봉으로 간다는 계획이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번을

기약하고 화개재로 가기위해 다시 뱀사골 본계곡으로 되돌아 내려 옵니다.

 

허기가 느껴져 계곡에서 빵으로 간단히 허기를 감추고 뱀사골대피소로 향합니다. 계곡의 물소리가

좀 멀리 들리는가 싶더니 "뱀사골대피소 2㎞"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1시간 남짓 부지런히 올라 뱀사골

대피소에 도착하니 많은 산님들로 붐빕니다.

 

취사장 안에는 배낭이 식탁의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어 밖으로 나와 간단히 라면이라도 하나 먹을

요량으로 식사준비를 합니다. 라면이 거의 익어갈 무렵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우산을 준비해 간 덕에 라면은 온전히 먹을 수는 있었습니다.

 

식사후 저녁식사와 내일 아침을 위해 물 4리터를 준비해 배낭을 메니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대피소에서 화개재 오름길에 진이 다 빠져버린 듯 합니다. 화개재에 도착하여 물을 좀 버릴까하다

그냥 지고 가기로 하는데 화개재에서 삼도봉 가는 길의 나무계단이 다시 한번 사람을 잡습니다.

 

가다 쉬고,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보태 삼도봉에 도착합니다. 삼도봉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며 다시 나아 갈 수 있는 기력을 보태 줍니다. 이제부터 반야봉으로 가야합니다.

최종 목적지가 가까워 졌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그러나 반야봉 오름길도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습니다. 지친 상태에서 오름길을 오르는 것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야봉에 올라 왔으나 보이는 것은 돌탑과 정상 표지석 뿐입니다.

다시 중봉으로 향하는데 물기를 잔뜩 머금은 나뭇가지들이 성가시게 느껴집니다.

 

잠시후 중봉에 도착하지만 기다리고 있으리라 예상했던 제임스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휴대폰 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통화권이탈이랍니다. 사방이 보이지 않는지라 이곳이 반야 중봉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더 북쪽으로 나아가 보는데 묘향대 가는길이라는 표시기가 붙어 있습니다. 

 

한 20분쯤 묘향대를 향해 나아가니 산님 한분이 올라오고 계십니다. 제임스님 입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제임스님은 나를 기다리다 내가 묘향대에서 올라올 것으로 생각하고 그리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묘향대 가는

길을 놓친 듯하여 다시 중봉으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 그동안의 산행이야기를 나누며, 중봉으로 향합니다. 중봉에 도착하여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자리를 잡습니다. 식사준비를 하고 소주 한잔과 더불어 각자의 하루산행을 이야기하며 반야의

밤은 그렇게 빗소리와 더불어 깊어 갑니다.

 

9시 30분경 자리를 파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데 너무 피곤해서인지 쉽게 잠이 오질 않습니다. 

괜히 안해에게 뭐하는지 휴대폰 메시지를 날려 봅니다. 안해는 ...심심하면 일찍 자라고 하네요...

 

새벽 1시경 빗방울이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여 잠에서 깨어보니 비바람이 제법 거세게 몰아칩니다. 

가끔씩 들리는 천둥소리에 움찔움찔 기가 꺽여 다시 잠을 못들고 뒤척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듭니다. 깨어보니 날은 밝아 있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소리가 아침이 왔음을 알려 줍니다.

 

아침까지 부슬부슬 비는 계속내리고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간단히 준비해 먹고는 어제의 젖은

등산복으로 갈아 입고 8시가 조금 넘어 산행준비를 마칩니다. 오늘 산행경로는 불무장등과 통곡봉을

거쳐 농평마을로 하산하는 것입니다. 

 

잠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반야중봉을 떠나 반야봉에 도착하지만 안개로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삼도봉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데 좌측으로 묘향대가는길을 지나 삼도봉 못미쳐 우측으로

"탐방로 아님" 표시판이 확인됩니다. 

 

삼도봉에서 불무장등 내림길이 급경사로 빗길에 위험할 수 있으니 이길로 들어서 불무장등 능선으로

붙는 것이 좋겠다는 제임스님의 의견을 따라 우측 산길로 들어섭니다. 조금 나아가니 불무장등의 주능선에

도착됩니다. 능선길을 따라 한 40분쯤 지나가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바로 보이는 봉우리가 불무장등으로

생각되어 능선길로 보이는 좌측길을 따라 올라가 보지만 산길이 능선 좌측 계곡으로 빠지는 듯해 다시

되돌아 나와 우측 산길로 나아갑니다.  

 

우측으로 산길을 계속 이어가면서 방향을 확인해보니 남쪽으로 가고 있어 그런대로 방향은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길에 대한 확신이 떨어집니다. 어느 순간 산길은 서쪽으로 꺽여버립니다.

능선의 남동쪽으로 산길을 이어가야 하는데 남쪽 방향으로는 이어갈 길이 없어 할수없이 서쪽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깨닫고는 지도를 펴 확인해 봅니다. 

 

우리는 불무장등 능선과 피아골계곡 사이의 능선을 따라 내려온 듯 합니다. 질컹거리는 등산화를

장시간 신고 왔는지라 발가락에 물집에 잡혀 더이상 산행을 하기도 힘들 듯하여 미련없이 하산하기로

합니다.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sk텔레콤 피아골기지국이 나오고 곧 직전마을에 도착합니다.

 

계곡에서 몸을 씻고 시원한 맥주 한캔으로 1박 2일간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집에 돌아와 빨래감만 잔뜩 풀어 놓기가 미안해 배낭은 내가 빨겠다며 

욕조에 물 받아 놓고 배낭을 집어 넣었는데... 글쎄 허리밸트 주머니에

휴대폰이 들어 있었네요.   에휴 &&&&&$$$$****

 

 

     ▲ 독도중인 제임스 님

 

     ▲ 우찌됐건 무사산행 마친 기념으로